참 힘든 워킹맘 시절이었지, 더 힘든 방황하는 20대였지.
아래 글은 약 9년전 일본에서 외부 도움 하나도 없이 남편과 육아독립군으로 힘들게 회사를 다닐 때, 썼던 글이다. 아이들은 만 0세 2세 여서 극도로 손이 많이 갈 때였고, 남편도 일본에서 새 직장을 다니며 힘들어하고 있을 때였고, 그나마 내가 일본에서 가장 안정적인 상황이었기에 육아를 많이 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남편과도 많이 싸우고 우울해지는 나를 일으키려고 많이 노력했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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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1개월 전의 나를 만나다.
남편이 수욜부터 출장으로 부재 중.. 이번주 내내 아이들과 전 감기..전 수요일부터 감기기운이 심해 마스크를 쓰고 애들을 재웠고, 금요일엔 갑자기 큰 애가 이빨이 아프다 하여 겁이 나서 치과에 데려 갔다 왔고 토욜 오전엔 두 아이들을 소아과에 데려갔다가 왔지요.
남편은 출장갔다오면 일요일 저에게 4시간의 자유시간을 준다하곤, 초췌한 안색에 감기기운이 완연한 몸으로 토요일 밤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쉰 목소리의 남편을 보니...
차마 자유시간을 쓰겠단 말이 잘 떨어지지않더군요.
하지만,,,,,, 역시 이기심은 사랑의 힘보다 강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점심 만들어놓고 애들 아침 먹이고 아침약 먹이고...
슬슬 눈치를 보며 "몸 괜찮아? 자유시간 쓰지 말까?" 하니 쓰랩니다.
그래, 거래는 거래니까. 나도 살아야지^-_-^
"그럼 4시간 쓰고 오후에 자기도 2시간 자유시간 줄게"
그러고 나와서 집 근처 카페로.
오늘의 미션은 제 꿈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어요.
내가 내 인생에서 원하는 걸 좀 더 분명히 하고, 작은 꿈이라도 지속적으로 성취하면서, 인생은 참 재미있는 것이다. 살만한 것이다. 아이에게 몸으로 보일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인생이, 그냥 하루하루 버티며 날 소모해 나가는 거 같네. 하루하루 난 마모되어 가도.. 애들이 점점 빛나게 커나가는게... (그렇게 에너지의 전이-_-를 지켜보는게) 삶인가?
이렇게 생각하자, 문득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어졌어요. 아이들이 나처럼 큰다면 슬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안되겠다, 마음을 고쳐먹고 내 인생의 미션은? 나에기 소중한 것은? 이런 물음들에 벼락치기로 답해보고 저 자신을 되새기고 싶었어요. 그것이 오늘 4시간 소중한 자유시간의 미션이었습니다.
바쁜 와중에 아무 다이어리나 잡아 들고 나가다 걸어가며 읽어보니 이것은 2007년 초중반에 쓰던 다이어리에요. 10년전 그녀를 만났습니다. 2008년 이직하기 직전, 회사 다니고 퇴근 후 버스타고 연대 도서관에 가서 CFA 공부를 하던 그녀에요. 뭔가 더 이루고 싶고 더 알고싶은데, 지금 회사가 그닥 나쁘지 않은데 나름 재미도 있는데 이건 아닌 거 같고, 뭔가 인생이 억울한 그녀에요.
그녀는 2010년엔 한국에 없겠다고 다짐했었네요. 막상 2010년을 앞두고 런던에 오라는 보스의 부응에 "나 가기 싫은데 결혼해 버리고 그걸 변명삼아 못 간다 할까" 라는 겁쟁이 그녀의 모습은 상상도 못하고 말이에요.
그녀는 외국인 옆에서 글로벌한 커리어를 꿈꿨었네요.10년뒤 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여자에, 애 둘 딸린.. 마이너리티애서도 마이너리티인 육아독립군이야. 라며 스스로의 처지를 한탄하는 아줌마의 모습은 상상도 못하고 말이죠.
전 지금 그녀에게 몹시 미안합니다.
찬란한 인생의 중앙에서 너무 눈이 부셔
방향을 잡지 못하고 눈물을 주륵주룩 흘리던 그녀에게
그 이후 10년,
삶은 분명 저에게 많은 걸 배풀었습니다.
그런데 전 더 깨끗해지지 못하고, 더 어른스러워 지지 못하고 점 점 더 바닥으로 바닥으로
낮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네요.
젊은 분들에게 조언 같은 걸 할 자신이 없었어요.
저도 몹시 힘든 나날을 보냈고 작은 소리에 갈대처럼 흔들렸기에. 차라리 침묵하고 싶었는지도요.
그런데 하나 10년전의 그녀에게 확언 하고 싶네요.
"꿈은 이루어지더라"
라고.
그걸 제가 똑같이 제 딸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제 남은 약 3시간의 자유시간을... 그를 위한 준비 시간으로 삼으려 해요.
인생은 좋은 것입니다.
불확실성은 좋은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면 삶은 당신에게 많은 걸 줍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세요. 코끼리가 개미와 비교하며 사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에요. 상어가 돌고래를 보며 자책하고 수유를 하려고 맹훈련을 할 필요는 없어요.
저 자신에게 되뇌여 봅니다.
빛나는 일요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