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헌재 May 24. 2024

아이디만으로 명예훼손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살펴보

스타크래프트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왕좌를 지키고 있는 게임이 있습니다. 게임을 잘 아시는 분들은 당연히 아실 것이고 게임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게임. 그렇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줄여서 ‘롤(LOL)’입니다. 승리를 위해 원칙적으로 협동을 요하는 게임이다 보니 훈훈한 장면이 목격되기도 합니다만 그러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대부분의 경우 게임 한 판 하는데도 무수한, 적기에도 민망한 수위 높은 욕설들이 마구 날아오기 시작합니다. 소위 ‘정치질’이라는 책임 떠넘기기도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물론 이 경우에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이름을 모르니 당연하게도 내 게임 아이디가 욕받이가 될 것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러면 이렇게 아이디를 언급하며 쌍욕(?) 혹은 그보다 더한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다’고 표현하는 패드립(패륜 + 애드리브)을 한 가해자가 명예훼손죄로 처벌받게 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질 것이고, 가해자 입장에서는 혹시 내가 처벌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아이디를 언급하고 한 욕설 등의 표현들이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 알아봅시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사실의 적시 여부에 따라 구별되는 범죄다


특정한 범죄가 성립하는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떤 행동이 그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즉 어떤 행동이 여러 범죄 중에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라는 말입니다. 지금 문제되는 욕설을 하는 행위가 있는 경우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 모욕죄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 자체에 사실이든 허위사실이든 사실이 포함되어 있어야 성립하고, 이러한 사실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단순한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만 있는 경우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욕설 등 행위의 경우에 있어서도 예를 들어 ‘A의 게임 실력이 X신 같다고 B라는 프로게이머가 얘기한 적이 있다’고 했다면 사실의 적시인 것이고 ‘A의 게임실력은 리신(= ’롤‘에 등장하는 맹인 캐릭터)이다’라고 하면 추상적 판단의 표시일 뿐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경우 나머지 요건은 같다고 보면 되기 때문에 아래에서는 명예훼손죄를 기준으로 판단해 보겠습니다.     



더 알아보기


명예훼손죄의 경우 어떤 매체를 이용했느냐, 그 내용이 사실이냐 허위이냐에 따라 다른 조문이 적용됩니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위반의 명예훼손죄, 출판물일 경우 형법 제309조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 그 외 말로 하는 등의 일반적인 경우 형법 제307조의 일반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 각 범죄들의 경우 그 내용이 사실이냐 허위이냐를 나누어 규정하고 있고 허위인 경우 보다 중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 ‘명예훼손죄’라고만 하였습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특정이 필요하다(모욕죄도 동일)


결론적으로 아이디를 언급하고 욕설 등을 한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되기 어렵다 할 것입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특정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아이디만으로는 피해자가 실제로 누구인지 피해자 말고는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처벌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미 위에 힌트가 있습니다. 즉 아이디를 통해서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인들끼리 소수의 파티를 구성한다거나 팀을 먹는다거나 하는 와중에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당연히 피해자가 누구인지 위 지인들이나 그 지인들의 지인들 등 다른 사람들이 알거나 알 수 있으니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예로 ‘Faker’라는 아이디를 언급하며 욕을 한다면 이는 ‘롤’ 프로게이머인 이상혁 선수를 지칭하는 걸 ‘롤’이라는 게임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으니 마찬가지로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것입니다(여담이지만 프로게이머가 꿈이신 분들은 위와 같이 아이디의 언급만으로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는 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위에서 피해자가 특정이 되어야만 명예훼손죄가 된다고 하였는데 그러면 아이디가 아니라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의 기사에 댓글을 다는 상황 등의 경우에 이름 등 주어를 아예 안 쓰면 되지 않나 하고 착각하고 실수하실 수 있어 노파심에 첨언하자면, 여러가지 정황이나 상황상 누구인지 추정이 가능하면 결국 이 역시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보게 되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더 알아보기


명예훼손죄(모욕죄 포함)가 성립하려면 공연성(전파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여러 사람에게 말했거나 한 사람에게 말했더라도 퍼져나갈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공익을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을 인정받으면 위법하지 않다고 보게 되어 명예훼손과 관련한 범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돌아가신 분의 명예를 훼손하는 형법 제308조의 사자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일반적인 명예훼손죄와는 다르게 ‘허위의 사실’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승리에서 오는 즐거움이 크겠지만 일반적인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게임은 즐겁게 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고, 설사 즐거움보다도 어느 정도의 성취가 필요한 프로게이머 지망생의 입장이더라도 손가락을 잘못 놀렸다가 나중에 유명해진 후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을 것이며, 또 결과적으로 처벌은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클지라도 경찰서에서 연락이 온다거나 조사받으러 가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욕설 등 행동을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욕은 자제하며 즐거운 게임라이프 즐기시길 바랍니다.     


이것만 알면 됩니다!


1.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 일반명예훼손죄, 사자명예훼손죄 등이 있고 관련하여 모욕죄가 있다.

2.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려면 공연성, 사실의 적시(없는 경우 모욕죄)가 필요하고,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며, 다만 공익을 위한 것임이 인정되면 처벌받지 않는다.

3. 따라서 원칙적으로 아이디만으로는 피해자가 특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4. 그러나 예외적으로 그 아이디를 통해 결국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

5. (여담)욕 안 하면서 강한 게 더 멋지다.

작가의 이전글 민사고소장?! 헷갈리는 법률용어 잘 이해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