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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헌재 Jun 03. 2024

시비 붙게 되었을 때 살아남기 위한 ‘신의 한 수’는?

정당방위 상황 대처법

살다보면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들과 시비가 붙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술을 마시다가 옆 테이블의 일행들과 주먹다짐을 하게 되는 일도 있고, 길을 걷다가 어깨를 부딪힌 일이 살인사건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크라브 마가’ 같은 무술이라도 배워서 살아남아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어깨 시비로 한 20대 남성이 고3 학생을 쫓아가 흉기로 64차례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으로 징역 16년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게 분노사회로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고 실제상황인 것입니다. 물론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심각한 경우야 흔하진 않겠습니다만 그보다 덜한 사소한 시비 상황은 나 역시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이 높고 위 사건처럼 심각한 상황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런 시비 상황에서의 대처법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는 이 책의 성격상 법적인 측면에서만 살펴보겠습니다. 그럼 아래의 지침을 숙지 및 이행하여 여러분 모두 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정당방위는 위법성조각사유이다


많은 분들이 아시고 계시는 정당방위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일종입니다. 위법성조각사유란 쉽게 말하면 일반적으로는 범죄행위이지만 특별한 상황으로 인해 위법성이 없게 되어 죄가 되지 않게 되는 사유들을 말합니다. 여기서 조각(阻却)은 ‘방해하거나 물리침’이라는 의미입니다만 이게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그냥 우리는 ‘위법성을 잘게 조각내어 위법성을 없게 만드는 사유(이유)들’이라고 편하게 이해합시다.

이러한 위법성조각사유에는 정당방위, 긴급피난, 자구행위, 피해자의 승낙, 정당행위가 있습니다만 여기서 알아볼 것은 정당방위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의 대처법 혹은 행동요령에 대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의 정당방위


상대방이 먼저 시비를 걸거나 폭행을 가했을 때 그에 대항할 경우 보통 쉽게 정당방위가 인정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법원은 정당방위를 인정함에 인색합니다. 김병수 박사(법학)는 2014년 발표한 ‘정당방위의 확대와 대처방안’(한국형사정책연구원 형사정책연구)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후 60여년의 역사 속에서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사례는 고작 14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점은 현 시점에서도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판결 관행은 경찰 조사 단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됩니다. 즉 경찰들 역시 정당방위를 쉽게 인정하지 않고 쌍방폭행으로 처리하기 일쑤인 것입니다.

게다가 실제로 정당방위 상황에 처했더라도 그건 최종적인 판단 결과, 진실의 문제인 것이고 결국은 정당방위라는 것도 원래 범죄인 것을 예외적으로 범죄가 아니게 해주는 것이니 당연히 입증의 문제가 남게 되는데, 원래 예외란 것은 인정받기가 어려운 것인지라 이 경우에도 실제 입증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 더하여, 설사 정당방위를 최종적으로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그 사이에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는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점은 당연히 예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전제에서 정당방위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아봅시다.     


정당방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행동요령


결국 정당방위 상황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 봐야 할 행동은,

첫째, ‘회피할 수 있으면 회피하라!’입니다.

도망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도망가는 게 정답입니다. ‘X이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이게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럼 도망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만약 어느 정도 피지컬, 즉 신체 능력 등 측면에서 유리하다면...

둘째, 제압하는 정도만 하고 경찰을 부르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싸움이 나면 무조건 맞는다?

맞긴 합니다. 이 경우에는 지는 게 이기는 것이긴 합니다. 어쩔 수 없다면 맞아야죠. 이렇게 하는 것이 나중에 있을 형사사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민사사건에서도 최종적인 승자가 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진짜 위험하다 싶은 경우에는 예외임이 당연합니다.

다만 정당방위도 결국 입증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이미 말씀드렸는데 입증 얘기가 나오면 누차 말씀드립니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가능한 상황이라면 동영상 촬영 같은 걸 해서 반드시 증거를 남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것은 상대를 더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만약 목격자나 CCTV가 있다면 사후에 이러한 증거방법을 빠르게 확보할 필요도 있습니다.     


여담


탤런트 이태곤 씨가 일방적 폭행으로 코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갑작스레 폭행을 당한 것까지는 달리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그 이후에는 뿌리치고 달아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사건의 자세한 내막이라든가, 이태곤 씨가 가해자가 현장에서 체포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는지 여부 등 그 의도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가타부타 더 언급하기는 조심스럽긴 합니다.

아무튼 일반적인 경우에는 작은 시비가 더 큰 시비로 번지기 전에 그냥 사과하고 자리를 뜨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오히려 피해자가 먼저 피해 보고 여의치 않을 경우 맞아야 하는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 바람직하진 않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정당방위를 잘 인정하지 않는 인색한 판결 관행에 변화는 필요해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보호되고 피해자가 억울한 일이 없는 사회가 되도록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것만 알면 됩니다!


1. 우리나라에서는 정당방위가 잘 인정되지 않는다.

2. 따라서 시비가 붙었을 때 일단 회피할 수 있으면 회피하고, 만약 제압이 가능하다면 제압하는 정도에 그치고, 이도저도 안되면 그냥 맞는 게 정답이다.

3. 정당방위 인정에 인색한 관행이 바뀌면 좋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위 2.처럼 행동하되 증거확보라도 잘해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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