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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헌재 May 31. 2024

친족상도례와 친족간 특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친족상도례와 친족간 특례

2021년 한창 떠들썩했던 ‘한강 의대생 실종사건’에서 생소한 법률용어 하나가 언급됩니다. 바로 ‘친족상도례’입니다. “설명하시는 분은 자녀가 잘못했어도 범인도피를 도와주거나 증거인멸하는 것도 이것에 의해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했다”며 “자녀가 죄를 지었으면 숨기지 말고 죄에 대한 벌을 받게 하는 게 부모의 도리라 생각했는데, 우리 법은 죄를 지은 자녀를 부모가 도와주는 것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한다”며 친족상도례를 언급한 것입니다. 전혀 엉뚱하게 인용된 이 단어는 실제로는 ‘친족간 특례’를 언급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친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뭔가 유사한 게 아닌가 착각을 하실 수 있으나 두 제도는 전혀 별개의 제도입니다. 간단하게 두 제도가 어떤 것인지 살펴봅시다.     


친족상도례는 말 그대로 친족간 일어난 재산범죄에 대한 특례로 범죄성립을 전제로 한 제도이며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개인인 경우이다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는 친족(親族) 사이에서(相) 절도(盜)죄 등 재산범죄의 경우에 그 잘못을 묻기 어렵게 하기 위한 특례(例)를 규정한 제도입니다.

친족상도례의 경우 범죄가 성립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내부에 국가나 법이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친족간에 일어난 재산 문제는 친족간에 알아서 해결하라는 취지로 형을 면제하거나 친고죄를 적용하는 제도입니다.

분명 낡은 제도이고 요즘 시대에도 이러한 제도가 적절한가 하는 문제는 여기서는 차치하겠습니다. 다만 이와 관련하여 방송인 박수홍 씨 사건을 계기로 친족상도례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박수홍법’이 발의되는 등 논의가 있으니 더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를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친족간 특례는 기대가능성이 없어서 범죄가 처음부터 성립되지 않는 경우를 전제로 한 제도로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국가가 되는 경우이다


범죄는 구성요건, 위법성, 책임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쉽게 말하면 법에서 말하는 특정한 행위를 했고, 그에 대해 위법성을 없앨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에 행위자에게 책임이 있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경우 범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친족상도례는 이렇게 범죄가 성립되었지만 국가가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인 반면 친족간 특례는 친족간에 범인도피죄나 증거인멸죄 등을 저지른 경우 책임을 지울 수 없기 때문에 범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입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적법한 행위를 기대하기 어려워 특히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라면 자식의 증거를 인멸하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것입니다. 즉 누구나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행동할 것이 예상되기에 그 누구도 그러한 행동에 대해서 비난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따라서 법도 적법한 행위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친구는 친족이 아닙니다만 ‘죽은 돼지를 들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살인을 했으니 숨겨달라고 하여 그 중 자신을 숨겨준 진정한 친구를 찾았다’는 내용의 전래동화 ‘진정한 친구’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물론 형법이 범인도피 행위가 언급한 동화에서처럼 오히려 옳은 행위라고 까지는 보지 않지만 최소한 이에 대해 배려하여 결과적으로 무죄로 이어지니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요즘 시대에도 위 동화에서 보여지는 형태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합의가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는 차치하겠습니다.

정리하자면 친족간 특례는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측면에서 비난가능성이 없고 결국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죄가 성립되지 않고 무죄가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요약


쉽게 구별하자면 친족상도례는 도둑 도(盜) 자가 들어갔으니 재산과 관련된 범죄가 성립된 경우로 방송인 박수홍 씨의 경우에 문제되는 것인 반면, 친족간 특례는 재산범죄가 아닌 증거인멸, 범인도피 등의 경우에 가족관계라면 누구나 동일하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보고 비난할 수 없고 따라서 책임을 물을 수 없어 범죄가 성립조차 되지 않는 것으로 이 제도가 한강 의대생 실종사건과 관련된 것입니다.     


이것만 알면 됩니다!


1. 친족상도례와 친족간 특례는 전혀 다른 것이다.

2. 친족상도례는 재산범죄에서 그 성립을 전제로 특별히 법이 가족관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특별 취급되는 것이다(박수홍 사건).

3. 친족간 특례는 증거인멸죄, 범인도피죄 등에서 가족관계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고 보고 결국 이러한 점에서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 범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는 제도이다(한강 의대생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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