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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헌재 May 11. 2024

왜 법은 김보은과 김진관을 보호하지 못했나

김보은 양 사건

1992년 1월 17일 새벽 3시경 강도살인 사건이 접수됩니다.

피해자는 충주지청 사무과장인 53세의 김영오. 그는 충북 충주의 검찰청 관사에서 양 발목이 공업용 테이프로 꽁꽁 묶여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신고자는 사건 당시 만 19세에 불과했던 피해자 김영오의 의붓딸 김보은 양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정당방위의 성립요건, 특히 현재의 부당한 침해와 상당성에 대한 중요한 점을 알려주는 리딩 케이스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 주는 판례 사안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 조금 더 이어서 알아봅시다.     


김보은 양 사건(김보은 김진관 사건개요     


그러나 단순강도 사건으로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은 ‘왜 의붓아버지와 딸이 한 방에서 같이 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어느 경찰관이 김보은을 슬쩍 떠보는 것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당시 그 경찰관이 ‘병원에 가보니 아버지가 다행히 살아는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김보은은 기쁜 반응이 아니라 ‘안 돼!’라고 말하는 등 기겁을 하는 반응을 보였던 것입니다.     


진실


그리하여 밝혀진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보은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7살 되던 해 어머니와 재혼한 김영오를 처음 만난 후 9살 때부터 21살이 될 때까지 무려 12년간 김영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던 것이었습니다(참고로 정확히는 9살 때부터 유사성행위를 시키고 약 12살 때부터 본격적인 성폭행이 있었다고 합니다).

김보은이 대학교에 입학하여 천안에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자 김영오는 김보은에게 주말마다 자신이 거주하는 충주에 내려오게 하여 몹쓸 짓을 계속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김보은에게 김진관이라는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자신과 데이트할 시간이 없는 것에 대해 궁금해한 김진관이 이유를 캐물었고 김영오를 견디기 힘들었던 김보은은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습니다.

큰 충격을 받은 김진관은 김보은과 함께 김영오를 처단한 후 강도살인을 당한 것처럼 위장할 것을 모의하였습니다.

범행 당일 새벽 1시 30분 경 김보은이 열어준 문으로 들어온 김진관은 김보은과 함께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김영오의 양팔을 꽉 눌러 꼼짝 못하게 한 후 깨웠습니다.

최후의 기회를 주었으나 오히려 위협하는 김영오를 보고 김진관은 식칼을 가슴에 내리꽂았습니다.

이후 김보은과 김진관은 강도살인을 당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하여 현장 및 김보은의 용태를 꾸몄습니다.

이후 김진관은 그대로 달아나고 김보은은 옆집에 가서 강도를 당했다고 허위로 신고했던 것입니다.     


재판 결과     


판례는 김보은에게 정당방위의 요건 중 하나인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즉 상당성의 결여로 정당방위는 물론 과잉방위마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너무 지나쳤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김진관에게도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학계의 일반적 견해는 정당방위의 현재성은 인정될 수 없고 긴급피난의 현재성, 즉 ‘현재의 위난’만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나 다만 이 경우에도 보충성 또는 균형성의 결여로 긴급피난도 인정될 수 없다고 봅니다. 한편 소수설로 면책적 긴급피난이 적용된다는 학설도 존재하긴 합니다.

결국 김보은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김진관은 징역 5년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은 아래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더 알아보기


√ 정당방위의 성립요건     

정당방위는 정당방위상황, 방위행위,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이하에서는 간단히 요건을 정리하고 본 사건에서 문제가 된 ‘침해의 현재성’과 ‘상당성’에 대해 상세히 알아봅시다.

1. 정당방위상황

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

나. 현재의 부당한 침해

이는 침해의 현재성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 ‘현재’란 법익에 대한 침해가 급박한 상태, 방금 막 개시된 상태,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나 침해행위의 실행의 착수 이전이라도 방어를 지체함으로써 방어가 어려워지는 경우 현재성이 인정됩니다. 그리고 침해행위의 기수 이후에도 범익침해가 현장에서 계속되는 상태이면 현재성이 인정됩니다.

문제는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인 ‘예방적 정당방위’와 위험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되어 앞으로도 동일한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인 ‘지속적 위험’의 경우 침해의 현재성을 인정할 수 있을지입니다.

이에 대해 각 긍정설도 있으나 다수설은 부정설을 취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 긴급피난의 현재성은 법익침해의 상태가 근접한 경우로서 급박성을 요구하는 정당방위의 그것보다 넓으므로 긴급피난의 현재성은 인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본 판례는 ‘지속적 위험’에 대한 것으로 판례는 긍정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편 현재성은 객관적인 상황에 따라 결정되고 방위행위시가 아니라 침해행위시를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2. 방위행위

가. 방위의사

나. 방위행위의 태양과 상대방

3. 상당한 이유

정당방위는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법질서 전체의 입장에서 요구·허용된 행위여야 합니다.

가. 방위의 필요성

① 적합성의 원칙

② 최소침해의 원칙

※ 보충성의 원칙, 균형성의 원칙은 요하지 않습니다.

나. 방위의 요구성(사회윤리적 제한)

정당방위의 기본원리는 자기보호 및 법질서수호의 원리인바 이러한 자기 또는 법질서를 보호할 이익이 없다면 정당방위가 제한되는 것은 당연하므로 본 요건으로 정당방위에 한계가 설정됩니다.     



여담

이후 김보은은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형의 효력이 상실되었고 김진관도 그와 동시에 형량의 절반이 감경되어 잔여기간만 보낸 후 만기 출소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이 사건은 1994년 제정된 『성폭력 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법정 진술을 소개합니다.     

“어머니 다음으로 사랑하는 보은이가 무참하게 짓밟히는 것을 알고도 나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느낄 때마다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나는 보은이의 의붓아버지를 죽인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보은이를 살린 겁니다.”

“구속된 후 감옥에서 보낸 7개월이 지금까지 살아온 20년보다 훨씬 편안했습니다. 밤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더 이상 밤새도록 짐승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 때문에 진관이가... 제가 벌을 받을 테니 진관이를 선처해 주세요.”     


이것만 알면 됩니다!

     

1. 김보은 양 사건은 의붓아버지 김영오에게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하던 김보은이 남자친구 김진관과 함께 김영오를 살해한 사건이다.

2. 이 사건은 정당방위의 성립요건, 특히 현재의 부당한 침해와 상당성에 대해 중요한 점을 알려준다.

3. 재판 결과 판례는 김보은에게 정당방위의 요건 중 하나인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즉 상당성의 결여로 정당방위는 물론 과잉방위마저 인정하지 않았다.

4. 마찬가지로 김진관에게도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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