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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by 검은개코 Feb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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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스타벅스에 가서

한수희 작가의 '여행이란 참 이상한 일' 이라는 책을 읽었다.


내용 중에 이 구절이 좋았다.


"나는 남편과 함께 무언가를 보는 것이 좋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느낌이 좋다.

누가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는데

어쩌면 그것 때문일까."


그러고 보니 우리 부부는 항상 같은 곳을 보는 거 같다.


카페에 가면 각자 할 일을 하지만 옆으로 나란히 않아 책을 보던지,

폰을 보던지 한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식탁에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다.

물론 아이패드로 넷플릭스를 보기 위해서지만..

아무튼 같은 곳을 바라본다.


함께 걸을 때도 손을 꼭 잡고 같은 풍경을 보면서 걸어간다.

언제는 우리 부부가 손을 잡고 걸어가니

아직도 손을 잡고 걸어가냐며 놀리곤 하였다.

한 친구는

"난중에 아 나바라, 진정한 가족은 손잡고 걷는 거 아이다"

한다.


아이가 없어서 아직 애틋한 거 남아 있나? 싶기도 하고,

난임이라는 힘든 시간을 걸어가다 보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친구들 말처럼 의리로 맺어진 전우가 되는 건가?

전우가 되면 스킨십은 줄겠지만 같은 곳을 더욱이 더 바라보며 지지고 볶고 싸우며

가지 않을까 싶다.


이번 주는 한의원에 가서 난임에 좋다는 침을 맞았다.

양옆의 침대에 누워 같은 천장을 바라보았고,

업비트에서 떨어지는 잡코인을 함께 바라보았고,

샀다가 일찍 팔아버린 주식이 날아가는 것을 함께 바라보았다.

우리는 좋으나 싫으나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때론 여행을 가서 저 멀리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고

밤늦게 영화관에서 사람이 없는 마지막 영화를 같이 보며 그렇게

행복함을 느낀다.


그렇게 우리는 같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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