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식비 아끼는 법
오늘은 유학 생활에 매우 필요한 실전 팁을 알리고자 한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뉴욕은 물가가 매우 높다. 비교 예시를 하나 들자면, 2시간 이면 가는 뉴저지 한 동네의 라면과 뉴욕시티의 라면 값은 심하면 3배나 차이 난다. 거기에 우리는 한국인이니 환율까지 계산해야 한다.
기숙사에 들어가는 유학생이라면 대부분 학교에서 meal plan을 신청하라고 할 것이다. 밀플랜은 학식당에서 쓸 수 있는 식비를 미리 지불한 후 포인트에서 차감하는 시스템이다. 기숙사의 종류나 학년에 따라 종류와 가격이 다르다. 나의 경우에는 기숙사에 부엌이 없었기에 필수로 신청해야 했다. (상관없는데...그냥 학교의 억지.) 환불은 되지 않기에 1년 안에 다 쓰지 않으면 학교 금고로 넘어간다. 계산해 보니 하루에 1끼는 메인 메뉴와 음료를 한 세트로 먹어야 포인트를 다 쓸 수 있었다. 그래서 정말 거의 매일 먹었다. 그게 뭐가 어렵냐고 생각하겠지만, 정말 맛이 없었다. 웬만해서는 맛이 별로여도 먹는 내가 몇 입 씹고 그대로 뱉은 적도 있을 정도였다.
나야 돈을 아끼려고 이랬던 것이고, 주변에서 나만큼 학식당에 자주 가는 동기는 보지 못했다. 다들 그 상당한 식비를 학교에 기부해 주었다. 그러니 기부 정신이 투철하지 않은 이상, 학식당 후기를 잘 알아본 후 밀플랜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나머지 두 끼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여기부터가 정말 생활팁이다. 다행히 아침은 간단히 먹는 편이었다. 다행히 시리얼, 우유, 요구르트, 피넛버터는 학교 매점이나 학식당에서 구할 수 있었다. 가서 몇 개씩 사들고 와 방의 작은 냉장고에 쟁여 놓았다. 밀플랜 카드에서 차감되는 거라 돈도 아끼고 일석이조! 다만 종류가 다양하지 않기에 가끔 근처 마트에서도 구매했다. 빵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한 봉지에 많이 들어있어 냉동실에 넣어놓고 오래 먹었다.
장은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보았다. 학교 근처 미국 마트에서는 기본양념들과 기본 채소와 육류, 두부, 소량의 냉동식품 (한류 덕에 한국 만두나 라면 등이 꽤 있다.) 등을 샀다. 파스타면과 소스, 카레 소스도 유용하다. 이러면 주 30-50불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 한식 재료는 Hmart에서 한 번에 해결했다. 그곳에서는 진간장과 국간장, 된장, 고추장, 캔참치, 참기름, 코인육수, 소면 정도만 구비해 놓는다. 이 정도만 있어도 한 학기 동안 웬만한 국, 찌개는 다 해결할 수 있다. 미역이나 북어 등 건식품은 오래가서 정말 편하다. Hmart의 반찬이 그렇게 맛있지는 않지만 비빔밥 나물세트, 진미채, 무말랭이, 명이나물 등은 먹을만하니 몇 개 챙기고 가끔 우동과 비빔국수 등 밀키트도 챙긴다. 즉석밥은 입실 초반에만 몇 번 먹고 후에는 현미찹쌀을 직접 해 먹었는데, 이주에서 한 달마다 작은 포대기로 2개식 사왔다.
부엌도 없는데 밥, 국, 찌개, 카레, 파스타 등을 다 어떻게 해 먹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나는 전기 프라이팬 두 개와 멀티팟 하나로 식사를 해결했다. 팬은 원래 하나였는데 아침에 먹을 빵에 냄새가 배는 것도 싫고 점점 요리 스케일이 커지다 보니 두 개는 필요했다. (나중에는 심지어 추석에 전과 잡채도 해 먹었다.) 밥 짓기와 미역국, 어묵탕, 소고기뭇국, 찜닭 등 오래 우려야 하는 것은 멀티팟에 했다. 밥과 국, 찌개는 한번 하면 3-4일 먹을 양이 나오니 반찬 통에 넣어놓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었다. 여기서 또 팁. 면 씻을 채, 국자, 뒤집기는 있으면 매우 편하다.
나는 이렇게 체계적 소비와 약간의 불편함 감수를 통해 생활비를 아낄 수 있었다. 생활비에서는 식비가 제일 많이 나가니 이것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재정이 넉넉하다면 그냥 밖에서 맛있는 거 사 먹는 것을 추천한다... 잘 찾으면 세계 각국의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 뉴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