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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고 혼자가 좋은 건 아니었어.

한국으로 돌아온 결정적 이유

by 남선우

어렸을 때부터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외동이었고, 나중에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시기 전까지는 맞벌이 부모님 밑에서 컸다. 한동안 동생을 원하기는 했어도 심심해하지 않고 혼자서도 항상 무엇을 그리거나 만들거나 보고 있었다. 유학을 끝낸 지금 생각해 보니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 환경 때문에 그런 성격이 된 걸까 싶다. 혼자의 시간이 많은 것은 어렸을 적이나 유학할 적이나 반강제적이었기 때문이다.


유학하면서 혼자 놀게 된 것에는 재정적 이유도 있다. 물론 홀로 놀기를 종종 즐기기도 하고 학업에 신경 쓰느라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도 맞다. 하지만 이 정도로 혼자가 될 줄은 몰랐다. 동기들과 한 번 나가면 기본 얼마 이상이 깨지는데, 일주일에 몇 번씩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일주일은 무슨, 한 학기에 한두 번도 쉽지 않았었다. 솔직히 집안 형편은 괜찮았다. 부족함 없이 자랐고 액수를 떠나서 유학 생활비도 지원받았으니 누군가에게는 나도 금수저일 것이다. 실제로 금수저라고 하더라도, 그곳에서는 서민일 뿐이었다. 비싼 외식비는 둘째치고 돈씀씀이 격차가 너무 컸다.


하지만 이에 불만을 가진 적은 없다. 오히려 나는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이고 그 사실에 감사한다.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취미나 취향이 비슷한 친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외부 취미 활동은 산책과 전시회 관람, 유명 건물 탐사이다. 뉴욕은 마음에 안 드는 점들이 대부분이지만,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를 뽑자면 정말 좋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2학년 때는 1,2 주에 한 번씩 방문했다. 다 혼자였지만.


미술관을 친구와 같이 간 적도 몇 번 있는데 편하지는 않았다. 관람 속도도 너무 다르고 나는 목적이 감상인데 반해 일행 대다수에게 미술관은 가벼운 산책과 인생샷을 위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혼관람을 별로 개의치 않았다. 혼자여서 더 마음대로 구경할 수 있는 장점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것도 몇 번 이상 반복되니 기운이 빠지고 외로운 것은 사실이었다.


이런 나를 겉으로 보고 원래 고독과 공부를 즐긴다고 자주 오해를 한다. 하지만 여기서 확실히 하겠다. 나라고 혼자가 좋은 건 아니었다. 나라고 같이 노는 게 싫었던 것이 아니었다. 나도 마음 맞는 친구와 전시회도 다니고 나들이도 가고, 문화생활을 하고 밥 먹으며 그에 대해 수다도 떨고 싶었다. 유학하면서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취향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이 분명 세상에 있을 텐데 왜 내 주변에는 없는가 하는 의문. 아무리 생각한들 답이 나올리는 없었다. 그저 한국에 비해 그런 친구를 만날 확률이 낮은 거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나는 유학 생활을 통해 혼자 놀기에 더 익숙해졌다. 그래, 인생은 어차피 홀로 왔다가 혼자 가는 것... 그런데 모순적으로 그랬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더 깨달았다. 소중한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보니 알았다.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내가 더 가족과 친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한국에 돌아온 이유 중 하나이다. 그들과 함께 보낼 시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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