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지하철 4호선에서 나는 지하철 에어컨 바람에 머리를 만지며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화면에는 날씨 앱이 떠 있었고, 36도라는 숫자가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36도. 오늘 하루를 어떻게 견뎌낼까. 나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내릴 역에 도착했다. 나는 지하철에서 내렸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열기가 밀려왔다. 마치 거대한 오븐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모두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체념과 피로가 뒤섞인, 여름에만 볼 수 있는 그런 얼굴이었다. 나는 그런 표정을 '8월의 얼굴'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회사 건물 앞 커피숍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샀다. 점원은 스물한 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그의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들이 맺혀 있었다. 에어컨이 켜져 있는데도 커피머신이 뿜어내는 열기 때문일 것이다. "덥죠?" 나는 그에게 말했다. "네, 정말 덥네요." 그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우리는 더위라는 공통분모 앞에서 잠깐이나마 연대감을 느꼈다.
그때 그는 덧붙였다.
"저는 원래 겨울 사람이에요."
"겨울 사람?"
"네,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아요. 더 조용하거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겨울 사람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차가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순간, 20년 전 여름이 떠올랐다. 할머니 댁 마루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오후. 선풍기가 목을 좌우로 돌리며 만들어내던 규칙적인 바람. 매미 소리. 그리고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보리차의 단맛. 그때는 여름이 이렇게 적대적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내가 여름과 화해하는 법을 알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여름이 나의 적이 된 것은.
사무실 문을 열자 인공적인 시원함이 나를 반겼다. 몇몇 동료들은 이미 자리에 앉아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이 가짜 겨울 속에서 8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6시가 되면 다시 그 뜨거운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창밖을 내다보니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 멀리 한강이 보였다. 강물도 더워 보였다. 물고기들은 어떨까. 그들도 더위를 느낄까. 나는 갑자기 물고기가 되고 싶었다. 차가운 강바닥에서 여름을 피해 숨어 있는 물고기가.
점심시간에 나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브랜드는 중요하지 않았다. 시원하기만 하면 되었다. 길에서 그것을 먹으며 걸어가는데, 녹은 아이스크림이 손목으로 흘러내렸다.
나는 그것을 핥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여름이 내게 남긴 흔적처럼.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본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 겨울 사람인 커피숍 점원도, 36도를 견디며 계단을 오르던 사람들도. 우리는 모두 여름이라는 같은 조건 아래 살고 있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 계절을 통과한다. 어떤 이는 투덜거리며, 어떤 이는 체념하며, 또 어떤 이는 여름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겨울 사람들은 안다. 이 모든 것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걸. 9월이 오고, 10월이 오고, 마침내 11월이 온다는 걸. 그때까지 우리는 에어컨이 켜진 지하철과 사무실과 카페 사이를 오가며 여름을 피해 다닐 것이다. 마치 게릴라처럼.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했다. 차가운 물이 온몸을 적셨다. 거울 속의 나는 여전히 여름 사람이 아니었다. 내일 아침에도 나는 지하철을 탈 것이고, 36도를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또 생각할 것이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견뎌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