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나만의 장소를 찾는다는 것

by 생각의정원

서울에는 천만 명이 산다고 한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만의 장소를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모래사장에서 조약돌 하나를 찾는 것과 비슷한 일인지도 모른다.


화요일 저녁, 을지로 골목을 걷다가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 간판도 없고, 입구도 좁았다. 그냥 지나칠 뻔했지만 무언가에 이끌려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재즈가 흘렀다. 빌 에반스였던 것 같다. 카운터에는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천천히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밖에서는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갔지만, 이 작은 공간 안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흘렀다. 마치 도시 한가운데에 숨겨진 작은 섬 같았다.


어머니는 가끔 이런 말씀을 하신다. "옛날에는 동네마다 단골집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실감하지 못했다. 서울에서 단골이라는 개념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모든 것이 체인점으로 바뀌고, 익숙한 가게들은 어느새 사라진다.


그래서일까. 나만의 장소를 찾는다는 것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대학 시절, 친구는 성수동에 자기만의 장소가 있다고 했다. 작은 서점이었다. "거기 가면 마음이 편해져. 아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의 말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안다. 때로는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곳이 필요하다는 것을.


서울은 크다. 너무 크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다 보면 마치 다른 도시로 가는 것 같다. 강남과 홍대는 같은 서울이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다. 그 넓은 도시 어딘가에 나만 아는 작은 구석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나만의 장소에는 조건이 있다. 너무 유명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로 붐벼서도 안 된다. 하지만 너무 외진 곳도 아니어야 한다. 가고 싶을 때 언제든 갈 수 있는 거리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 있을 때 나 자신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나는 목요일 저녁마다 그 작은 카페에 간다. 주인은 이제 내 얼굴을 기억하는 것 같다. 말은 나누지 않지만, 그는 내가 창가 자리를 선호한다는 것을 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어떤 사람들은 묻는다. "왜 맨날 거기만 가?"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할 수 없다. 나만의 장소라는 것은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감각이고, 느낌이고,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이다.


서울에서 산다는 것은 때로 외롭다.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도 혼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나만의 장소가 있다면, 그 외로움도 견딜 만하다.


밤이 깊었다. 카페 문을 나서며 나는 생각한다. 내일도 이 골목은 여기 있을 것이고, 이 작은 카페도 여기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내일을 살아갈 이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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