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가족과 함께 한다는 것

by 생각의정원


연말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묻는다. "연말에 뭐 해?" 마치 연말에는 특별한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처럼.


목요일 저녁, 아내와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20개월 된 아들은 스푼을 잡고 밥을 입으로 가져가려 했다. 절반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내가 웃으며 닦아냈다. 평범한 저녁이었다.


문득 생각했다. 연말에도 우리는 이렇게 저녁을 먹을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하지만 소중한 시간. 이것이 의식일까.


어렸을 때 연말은 특별했다. 온 가족이 모여 떡국을 끓이고, TV를 보고, 새해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것은 일 년에 한 번뿐인 날이었다.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연말이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이는 여전히 아침 7시에 일어나고, 기저귀를 갈아야 하고, 밥을 먹여야 한다. 달력이 바뀐다고 해서 일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연말에는 가족과 함께 있고 싶어진다. 왜일까.


아내에게 물었다. "연말에 뭐 하고 싶어?" 아내가 말했다. "그냥 집에 있으면 안 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친구들은 연말에 여행을 간다고 한다. 제주도, 강원도, 어떤 친구는 해외로 간다. SNS에는 연말 계획들이 올라온다. 멋진 레스토랑 예약, 호텔, 불꽃놀이. 모두가 뭔가 특별한 것을 준비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다. 20개월 아이와 여행을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저귀, 분유, 간식, 장난감. 집 밖을 나서는 것만으로도 짐이 한가득이다.


그래서 우리는 집에 있기로 했다. 평소처럼 밥을 먹고, 아이와 놀아주고, 함께 TV를 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연말에 올 거야?" 어머니가 물으셨다. "네, 갈게요." 나는 대답했다. 아이를 데리고 부모님 댁에 가는 것. 그것도 연말의 의식이다.


의식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반복되는 행위? 의미를 부여한 시간? 아니면 함께한다는 것 자체?


아이를 재우면서 생각한다. 아이는 아직 연말이 뭔지 모른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의 차이를 모른다. 그저 엄마 아빠가 옆에 있으면 그것으로 행복하다.


어쩌면 그게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연말이라는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도.


새벽에 아이가 깼다. 아내가 일어나려 하길래 내가 먼저 일어났다. 아이를 안아 올리고 거실로 나왔다. 창밖으로 서울의 불빛이 보였다. 저 수많은 집들에서도 누군가 아이를 안고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물을 먹이고 다시 재웠다. 조용한 새벽이었다. 연말이든 아니든, 이런 순간들이 계속된다. 그것이 가족과 함께 산다는 것이다.


연말에 가족과 함께 한다는 것이 의식이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의식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선택인 것 같다.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것이다.


금요일 오후, 아내와 아이와 함께 동네 공원을 산책했다. 아이는 낙엽을 주웠다. 아내는 아이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나도 그들을 따라 걸었다.


이것이 우리의 연말이다. 화려하지 않고, SNS에 올릴 만한 사진도 없다. 하지만 충분하다.


연말이 지나고 새해가 오면, 아이는 조금 더 자랄 것이다. 더 많은 단어를 말할 것이고, 더 잘 걸을 것이다. 우리는 그 변화를 함께 지켜볼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의식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함께 있다는 것이다.


창밖으로 겨울 해가 진다. 아이는 아내 품에서 잠들었다. 나는 조용히 불을 끈다. 평범한 하루가 끝나간다.


연말도 이렇게 지나갈 것이다. 조용히,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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