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천재인 것 같아요

by 생각의정원

우리 애는 천재인 것 같아요

20개월 된 아들이 블록을 쌓았다. 다섯 개나. 아내가 흥분해서 말했다. "이거 또래 애들보다 잘하는 거 아니야?"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생각했다. 이게 시작인가.


목요일 오후, 육아 커뮤니티를 보다가 웃음이 났다. 누군가 올린 글이었다. "우리 애 18개월인데 한글 다 읽어요. 영재일까요?" 댓글에는 "우리 애도요", "그 정도면 평범한데요", "학습지 시켜야 하나요" 같은 반응들.

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가 "엄마"라고 처음 말했을 때,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발음이 진짜 정확한데?" 아내도 동의했다. "맞아, 우리 애 언어 감각 있는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다. "엄마"라는 단어는 거의 모든 아이가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인데.


친구를 만났다. 친구도 비슷한 나이의 아이가 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아이 이야기를 했다. "우리 애는 요즘 공을 진짜 잘 차." 친구가 말했다. "축구 선수 시켜야 하나." 나는 웃었다. "우리 애는 음악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노래 틀어주면 몸을 흔들어."


우리는 20개월 아이들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을 때, 아이 이야기를 했다. "요즘 블록을 잘 쌓아요." 어머니가 웃으셨다. "너도 어릴 때 그랬어. 부모는 다 그래. 자기 애가 천재 같지."


어머니 말이 맞다. 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가 천재 같다고 생각한다. 아니, 생각하고 싶어 한다.


왜일까.


서울 지하철을 타다 보면 학원 광고가 보인다. "영재를 만드는 3년", "당신의 아이도 할 수 있습니다", "놓치면 후회합니다". 광고는 부모의 불안을 자극한다. 우리 아이도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재능을 발견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다. "학습지 시킬까?" 아내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속으로는 확신이 없었다. 정말 아직이 맞는 걸까. 다른 집 아이들은 벌써 시작했는데.


금요일 저녁, 아이와 놀아주다가 생각했다. 아이는 그냥 놀고 있을 뿐이다. 블록을 쌓는 것도, 공을 차는 것도, 음악에 맞춰 흔드는 것도. 아이에게는 그냥 재미있는 놀이다. 재능이나 특기가 아니라.

부모의 설레발은 어디서 오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아이를 통해 우리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가 특별하다면, 우리도 특별한 부모가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 아이가 뛰어나다면, 우리의 육아가 성공적이라고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20개월에 블록 다섯 개 쌓는 것이 천재의 징조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새벽에 아이가 깼다. 나는 아이를 안아 올렸다. 아이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따뜻했다. 그 순간 생각했다. 재능이 뭐가 중요한가.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물론 나도 여전히 아이를 관찰한다. 혹시 특별한 재능이 있지 않을까. 혹시 남다른 면이 있지 않을까. 부모라면 어쩔 수 없는 마음인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것이 설레발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설레발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부모의 설레발은 어쩌면 사랑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자기 아이가 특별하다고 믿고 싶은 마음. 아이의 작은 성장에도 감동하는 마음. 그것이 과장되고, 때로는 우스꽝스럽더라도, 결국은 사랑에서 나온다.


아이는 오늘도 블록을 쌓는다. 때로는 무너뜨리고, 때로는 성공한다. 나는 옆에서 지켜본다. "잘했어"라고 말한다. 아이가 웃는다.


천재일까, 아닐까. 중요하지 않다. 이 아이는 내 아이다. 그것만으로도 특별하다.


저녁에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애, 오늘 블록 일곱 개 쌓았어." 아내가 웃었다. "진짜? 우리 애 천재 아니야?" 우리는 웃었다. 설레발인 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괜찮다. 부모는 원래 그런 것이니까. 자기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다고 믿는 것. 그것이 설레발이든 아니든,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창밖으로 서울의 밤이 보인다. 저 수많은 집에서도 부모들은 아이를 보며 생각할 것이다. 우리 아이가 특별하다고. 우리 아이에게 재능이 있다고.


모두의 설레발이 따뜻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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