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의 졸음

by 생각의정원

오후 두시쯤이면 나는 언제나 졸음과 싸운다.


정확히 말하자면 싸우는 것도 아니다. 졸음이라는 것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파도처럼 밀려온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그 파도에 휩쓸려 책상 위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겨울의 히터는 그 졸음을 더욱 부추긴다.


사무실 천장에 달린 히터가 웅웅거리며 따뜻한 공기를 토해낸다. 그 소리는 누군가의 낮은 콧노래 같기도 하고, 먼 바다의 파도 소리 같기도 하다. 소리에도 온도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미지근한 온도일 것이다.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나른하고, 적당히 위험한.


나는 커피를 마신다. 아침에 이미 두 잔을 마셨지만 오후의 졸음 앞에서 커피는 무력하다. 커피는 단지 입안에 쓴맛을 남길 뿐, 졸음의 파도를 막아주지는 못한다.


책상 모니터 속의 스프레드시트가 흐릿하게 번진다. 숫자들이 춤을 춘다. A3 셀에서 F17 셀로, 다시 B5 셀로. 나는 눈을 비비고 정신을 차린다. 하지만 히터는 여전히 그 낮은 소리로 웅웅거린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소설 속 주인공이라면 이럴 때 창밖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했을 것이다. 1973년의 어느 오후라든지, 스무 살 때 사랑했던 여자의 귀걸이라든지, 혹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들. 하지만 나는 회사원이고, 창밖을 바라볼 겨를이 없다.


졸음은 꿈을 가져온다. 아주 짧은, 한 순간의 꿈. 나는 어딘가의 해변을 걷고 있고, 파도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면 나는 여전히 책상 앞에 앉아 있다. 히터는 여전히 웅웅거리고, 모니터는 여전히 빛나고, 시계는 오후 두시 십오분을 가리킨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 순간이 싫지 않다.


졸음과 히터와 커피와 스프레드시트. 이 모든 것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오후를 만들어낸다. 완벽하지도 않고 불행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오후. 하지만 그런 오후들이 모여 삶이 되고, 그 삶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의미를 찾아낸다.


히터가 멈췄다가 다시 작동한다.


나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졸음은 여전히 파도처럼 밀려오지만, 나는 그 파도를 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완벽하게 타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익사하지는 않을 정도로.


그것으로 충분하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적어도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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