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는 여름 바다와 완전히 다른 생물이다.
나는 12월의 어느 금요일, 이유 없이 동해로 차를 몰았다. 특별한 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만나러 간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문득 바다가 보고 싶었다. 겨울의 바다가.
오후 네 시쯤 도착했을 때, 해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름이었다면 사람들로 가득했을 그 백사장은 텅 비어 있었고, 파도 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렸다. 바람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마치 누군가의 냉정한 시선 같았다.
겨울 바다의 색깔은 회색이다.
정확히는 회색과 남색과 검정이 뒤섞인, 이름 붙일 수 없는 색깔이다. 하늘도 회색이고 바다도 회색이어서,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서부터가 바다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수평선은 흐릿한 선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나는 방파제에 앉아 캔커피를 마셨다. 편의점에서 산 따뜻한 캔커피였다. 캔을 감싸는 열기가 손바닥을 데웠다. 커피는 기대했던 것보다 맛이 없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파도는 규칙적으로 밀려왔다가 물러갔다. 여름의 파도가 즐거운 리듬이라면, 겨울의 파도는 슬픈 리듬이었다. 같은 음악이지만 완전히 다른 곡. 마치 비틀즈의 'Yesterday'를 단조로 연주하는 것 같았다.
방파제 끝에 낚시하는 노인 한 명이 있었다. 그는 두꺼운 파카를 입고 있었고,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조각상 같았다. 나는 그가 과연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까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겨울 바다에서는 그런 질문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해는 빨리 졌다.
오후 다섯 시도 되기 전에 어둠이 내렸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오렌지색 불빛이 회색 바다 위에 떨어졌다. 그 대비가 묘하게 아름다웠다.
나는 생각했다. 왜 사람들은 겨울에 바다에 오지 않는 걸까. 여름 바다는 축제 같지만, 겨울 바다는 진실에 가깝다. 포장되지 않은, 꾸미지 않은, 날것의 무언가. 삶이 원래 그런 것처럼.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아팠지만, 그 고통이 나를 깨어있게 했다. 나는 살아있었다. 겨울 바다 앞에서, 추위와 바람과 파도 소리 사이에서, 나는 분명히 살아있었다.
낚시하던 노인이 짐을 챙기고 있었다. 물고기를 잡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도 일어날 시간이었다.
차로 돌아가는 길,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바다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어둠 속에서 웅웅거리며, 규칙적으로 숨을 쉬며.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 겨울에도 계속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이 위로가 되었다.
변하는 것들 사이에서, 겨울 바다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회색이고, 언제나 차갑고, 언제나 진실할 것이다.
나는 히터를 켰다. 차는 천천히 따뜻해졌다. 하지만 겨울 바다의 차가움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있었다.
그것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