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부턴가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SNS를 열면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웃는 얼굴, 멋진 여행지, 맛있는 음식, 성공한 삶. 그 속에서 나만 불행한 것 같다. 나만 뭔가 잘못된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불행은 비정상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일부다. 우리는 늘 행복할 수 없다. 그런데 왜 행복하지 않으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낄까?
삼십 대가 되면서 나는 깨달았다. 행복은 기본값이 아니라는 것을. 행복은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순간이고, 대부분의 시간은 그냥 평범하거나 조금 불행하다는 것을.
월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나는 불행하다. 피곤하고, 짜증나고, 일하기 싫다. 이것은 정상이다. 이것은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그냥 월요일 아침이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혼났다. 불행하다. 친구가 결혼 소식을 알렸는데 나는 아직 혼자다. 불행하다. 통장 잔고가 생각보다 적다. 불행하다. 이 모든 것들이 정상이다.
내 친구 M은 항상 밝아 보인다. 만날 때마다 웃고,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나는 그게 부러웠다. 어떻게 저렇게 늘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런데 어느 날 술자리에서 그가 말했다. "사실 나도 자주 우울해. 그냥 밖에서는 안 보이게 하는 것뿐이야." 나는 놀랐다. "왜?" 그가 말했다. "불행한 모습 보이면 사람들이 불편해하잖아. 그래서 참는 거지."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 모두 불행을 숨기고 있구나. 서로에게 행복한 척하느라, 정작 진짜 감정은 혼자 삼키고 있구나.
왜 우리는 불행을 인정하지 못할까? 왜 슬프다고, 힘들다고, 외롭다고 말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까?
이 사회는 행복을 강요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 "행복은 선택이야". 좋은 말들이다. 하지만 그 말들은 때로 폭력이 된다. 불행한 사람에게 "넌 노력이 부족해"라고 말하는 것과 같으니까.
불행은 선택이 아니다. 불행은 그냥 온다. 아무 이유 없이 올 때도 있다. 모든 것이 괜찮은데도, 그냥 우울한 날이 있다. 그것은 잘못이 아니다.
지난주 나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의욕이 없었다. 예전의 나라면 자책했을 것이다. "왜 이렇게 나약해?"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런 날도 있다는 것을.
다소 불행해도 괜찮다. 완벽하게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끔 우울해도, 가끔 무기력해도, 가끔 의미를 못 찾아도 괜찮다. 그것이 인간이다.
서점에 가면 자기계발서가 넘친다. "행복해지는 법", "긍정의 힘", "당신도 행복할 수 있다". 나쁜 책들은 아니다. 하지만 그 책들은 하나를 놓치고 있다. 행복해지려고 애쓰는 것 자체가, 때로는 불행의 원인이라는 것을.
행복을 추구하면 할수록, 지금의 불행이 더 크게 느껴진다. "왜 나는 아직도 행복하지 않을까?" 그 질문이 우리를 더 불행하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행복해지는 법이 아니라, 불행을 받아들이는 법인지도 모른다. 불행한 순간도 삶의 일부로 인정하는 것.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비가 오는 날이 있고 햇빛이 나는 날이 있듯이, 불행한 날이 있고 행복한 날이 있다. 비 오는 날을 없앨 수는 없다. 그저 우산을 들고 걸을 뿐이다.
오늘 나는 다소 불행하다. 일은 잘 풀리지 않고,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무겁다. 하지만 괜찮다. 이것도 지나갈 것이다. 내일은 조금 나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것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행복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불행 속에서도 견디는 것이다. 완벽한 삶을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다소 불행해도 괜찮다. 그것이 실패가 아니라, 그저 삶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