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우리는 다짐을 한다. 올해는 책을 많이 읽겠다고, 꾸준히 운동하겠다고, 새로운 것을 배우겠다고. 노트 첫 장에 적힌 그 문장들은 언제나 진심이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하지만 2월이 되면 그 다짐들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책은 30페이지 근처에서 멈춰 있고, 운동화는 신발장 구석에 들어가 있고, 배우려던 것들은 '나중에'라는 이름의 서랍 속으로 들어간다.
왜일까.
문득 생각한다. 우리는 변화된 모습은 원하지만, 변화하는 과정은 원하지 않는 건 아닐까.
책 읽는 사람이 되고 싶지, 매일 한 시간씩 책장을 넘기는 그 시간을 원하지는 않는다. 운동하는 몸은 원하지만, 근육이 아프고 숨이 차는 그 순간을 견디고 싶지는 않다. 새로운 경험이 쌓인 삶은 원하지만, 낯선 것 앞에서의 불편함은 피하고 싶다.
우리는 결과만 원한다. 과정은 빼고.
어쩌면 우리 시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고 즉각적이다.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바로 듣고, 영상은 배속으로 보고, 정보는 요약본으로 소비한다. 기다림이 사라진 세상에서, 천천히 쌓이는 것들을 참고 견디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하루키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글을 쓴다고 했다. 영감이 있든 없든, 기분이 좋든 나쁘든. 그냥 쓴다. 그것이 그의 방식이다.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며 생각했다. 다짐을 지키는 것은 특별한 동기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그냥 하는 것의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거창하지 않게, 완벽하지 않게, 그냥.
평생의 다짐들. 그것들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들이 아니다. 책 읽기, 운동하기, 공부하기, 경험하기. 모두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문제는 우리가 너무 크게 시작하려 한다는 것이다. 첫날부터 두 시간씩 책을 읽으려 하고, 일주일에 다섯 번씩 헬스장에 가려 하고,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 한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전부 무너진다.
작은 것으로 시작하면 어떨까. 하루 열 페이지, 십분 산책, 짧은 강의 하나. 거창하지 않게. 지킬 수 있을 만큼만.
카페 창가에 앉아 밖을 본다.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간다. 모두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다짐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바꾸려 해서일지도 모른다고. 변화는 천천히 온다. 아주 작은 것들의 반복으로.
오늘 책 한 페이지를 읽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일 또 한 페이지 읽으면 된다. 평생은 길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느려도, 계속 가는 것.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평생의 다짐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