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코나 커피를 처음 마신 건 서울의 어느 카페에서였다.
메뉴판에 적힌 가격을 보고 놀랐다. 다른 커피의 두 배, 어떤 것은 세 배. "이게 뭐길래?" 호기심에 주문했다.
작은 컵에 담겨 나왔다. 향이 달랐다. 부드러웠다. 쓴맛이 적었다.
맛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그 가격만큼인지는 모르겠었다.
중요한 건 맛이 아니었다. 그 커피가 담고 있는 이야기였다.
하와이 코나 커피는 하와이 빅 아일랜드의 코나 지역에서만 자란다.
화산토, 적당한 기온, 오후의 구름, 밤의 서늘함.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곳. 그곳에서만 자라는 커피.
나는 그곳에 가본 적이 없다. 하와이에 가본 적도 없다. 언젠가는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커피를 마실 때면, 상상한다. 푸른 바다, 야자수, 화산, 햇살. 가보지 못한 풍경을 그려본다. 커피 한 모금이 여행이 된다.
커피는 이상한 음료다.
물리적으로는 카페인과 물과 향의 조합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상을 마신다. 산지를 마시고, 이야기를 마시고, 상상을 마신다.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시면 아프리카가 떠오른다. 콜롬비아 커피를 마시면 남미의 농장이 상상된다. 하와이 코나 커피를 마시면 태평양의 섬이 그려진다.
가본 적 없는 곳들. 아마 평생 가지 못할 수도 있는 곳들. 하지만 커피 한 잔으로 그곳과 연결된다. 물리적으로는 서울에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잠시 떠난다.
하와이 코나 커피가 비싼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생산량이 적다.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1%도 안 된다. 그리고 수작업으로 수확한다.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따고, 고르고, 가공한다.
하지만 내가 비싼 값을 내며 마시는 이유는 다르다. 희소성 때문도 아니고, 맛 때문도 아니다.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 때문이다. 그 커피를 마시면, 잠시 거기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바다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따뜻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물론 착각이다. 카페 창밖은 서울의 빌딩들이고, 들리는 건 차 소리다. 하지만 그 짧은 착각이 좋다.
가끔 생각한다. 진짜 하와이에 가서 코나 커피를 마시면 어떨까.
농장에서, 커피가 자라는 곳에서, 갓 볶은 원두로. 그렇게 마시면 지금과 다를까.
아마 맛은 더 좋을 것이다. 신선하니까. 풍경도 실제로 볼 것이다. 상상이 아니라 눈으로.
하지만 어쩌면 그 신비로움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멀리 있어서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닿을 수 없어서 더 그리운 것들이.
서울에서 마시는 하와이 코나 커피의 매력은, 그것이 가보지 못한 곳의 이야기라는 점일지도 모른다.
커피에 대해 아는 게 많아질수록, 커피가 복잡해진다.
산미, 바디, 가공 방식, 로스팅 정도. 공부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인다. 그리고 더 까다로워진다.
하지만 가끔은 그냥 마시고 싶다. 분석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고. 그냥 따뜻한 컵을 손에 쥐고, 향을 맡고, 한 모금 마시는 것.
하와이 코나 커피는 그런 커피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마신다. 그리고 잠시 떠난다. 마음속으로.
언젠가 하와이에 갈 수 있을까.
아마 갈 것이다. 언젠가는. 그때 코나 커피 농장을 방문할 것이다. 커피나무를 볼 것이다. 신선한 커피를 마실 것이다.
그날이 오면 뭔가 완성되는 느낌일까. 아니면 뭔가 끝나는 느낌일까.
지금 서울에서 마시는 이 커피의 낭만은,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존재하는 건지도 모른다. 도착하는 순간, 그 낭만은 현실이 되고, 현실이 되는 순간 평범해질지도.
하지만 괜찮다. 그래도 가보고 싶다. 가보지 못한 곳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가본 곳은 나의 것이 되니까.
오늘도 하와이 코나 커피를 주문한다.
비싸지만, 가끔은 괜찮다. 이 작은 사치가 주는 위안이 있다.
컵을 들고 향을 맡는다. 눈을 감는다. 잠시 떠난다.
푸른 바다, 화산, 커피 농장. 가보지 못한 곳의 풍경.
한 모금 마신다.
언젠가 갈 곳을, 오늘은 이렇게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