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것들

by 생각의정원


수요일 밤,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왜 그 회사에 지원했을까. 왜 그 제안을 거절했을까. 왜 그때 다르게 말하지 않았을까.


후회였다.


후회는 이상한 감정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 계속 붙잡고 있게 만들었다. "만약에"라는 단어를 반복하게 만들었다. 만약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만약에 그때 용기를 냈다면. 만약에.


하지만 다른 선택은 하지 않았다. 용기도 내지 않았다. 그게 현실이었다.


대학교 3학년 때였다. 교환학생 기회가 있었다. 1년 동안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 친구들은 신청했다. 나는 고민했다. 한 달 동안 고민했다.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경험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무서웠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 혼자.


결국 신청하지 않았다.


친구들은 떠났다. SNS에 사진을 올렸다.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풍경, 새로운 경험. 나는 서울에 남았다. 그리고 후회했다. 왜 가지 않았을까. 왜 그렇게 겁이 많았을까.


1년이 지났다. 친구들이 돌아왔다. 달라져 보였다. 자신감 있어 보였다. 세상을 더 많이 아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왜 그 선택을 하지 못했을까.


하지만 어느 날 깨달았다. 그것도 내 선택이었다는 것을.


가지 않기로 한 것. 그것도 선택이었다. 무의식적인 선택이 아니라, 의식적인 선택. 나는 두려움을 선택했다. 안전함을 선택했다. 익숙함을 선택했다.


그게 나빴던 걸까.


모르겠다. 아마도 나빴을 것이다. 기회를 놓쳤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그게 당시의 나였으니까.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니까.


철학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사르트르였던 것 같다.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 무슨 뜻인지 몰랐다. 자유로운 게 좋은 거 아닌가.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자유는 무겁다는 것.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책임져야 한다는 것. 내 삶의 모든 순간, 모든 결과에 대해.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가 있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안전한 방법과 도전적인 방법. 안전한 방법은 결과가 보장됐다. 도전적인 방법은 성공하면 크지만, 실패할 수도 있었다.


나는 안전한 방법을 선택했다. 프로젝트는 성공했다. 하지만 특별하지 않았다. 그냥 예상된 결과였다.


동료는 도전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실패했다. 팀장에게 혼났다. 하지만 배웠다.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누가 더 잘한 걸까.


답은 없었다. 둘 다 맞았다. 둘 다 틀렸다. 중요한 건, 둘 다 선택했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를 받아들였다는 것.


후회는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도. 왜 그때 다르게 하지 않았을까. 왜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왜 기회를 놓쳤을까.


하지만 그것도 내가 선택한 것이다. 놓치기로 선택한 것. 피하기로 선택한 것. 안전하게 가기로 선택한 것.


나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게 중요한 것 같았다. 내가 선택했다는 것. 누가 강요한 게 아니라, 상황이 만든 게 아니라, 내가 결정했다는 것.


물론 상황도 있었다. 환경도 있었다. 운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선택했다. 매 순간.


출근할 때 어떤 옷을 입을지.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회의에서 무슨 말을 할지. 작은 선택들. 큰 선택들.


모두 내가 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도 내가 만든 것이다. 후회하는 순간들도, 아쉬운 기회들도, 놓친 가능성들도. 모두 내 선택의 결과.


무겁다. 때로는 견디기 힘들다. "왜 그랬을까"라고 자책할 때, "누구 때문에"라고 변명하고 싶을 때.


하지만 동시에 자유롭다. 내가 만든 삶이니까.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앞으로도 선택할 수 있으니까.


다음번에는 다르게 할 수 있다. 용기를 낼 수도 있다. 도전할 수도 있다. 아니면 또 안전하게 갈 수도 있다. 그것도 괜찮다.


중요한 건 선택한다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을 인정하는 것. "이게 내 선택이었어"라고 말하는 것.


후회하더라도.


금요일 아침이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생각했다. 오늘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회의에서 의견을 말할까, 말까. 점심은 혼자 먹을까, 동료와 먹을까. 퇴근 후 집에 바로 갈까, 서점에 들를까.


작은 선택들이었다. 하지만 모두 내 선택이었다.


그리고 내일, 1년 후, 10년 후에 돌아봤을 때. 후회할 수도 있다. "왜 그때 다르게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괜찮다. 그것도 내가 선택한 것이니까.


그렇게 우리는 산다. 선택하고, 후회하고, 또 선택하고.


그게 자유다. 무겁지만, 우리의 것인.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며 생각했다. 샷 추가를 할까, 말까. 별거 아닌 선택이었다. 하지만 내 선택이었다.


"샷 추가요."


바리스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가 나왔다. 마셨다. 쓰고 진했다.


좋았다.


내가 선택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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