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을 참 좋아한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시인 같은 기질이 있다거나, 로맨틱한 성향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달을 좋아하는 이유는 훨씬 단순하고 실용적이다. 달은 언제나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구름에 가려질 때도 있고, 보름달이 아닐 때는 아주 작은 초승달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아예 보이지 않는 날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달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지구 주변을 돌고 있다. 이런 확실성이 나는 좋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서 달을 본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달이 우리를 따라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달은 우리와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그것이 단순한 착시 현상이라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달은 나에게 동반자 같은 존재가 되었다.
대학생 때 밤늦게 도서관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종종 달을 올려다보곤 했다. 특히 시험기간에는 더욱 그랬다. 달빛 아래서 걷고 있으면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미적분학의 공식들이나 서양사의 연대기 같은 것들이 갑자기 단순해 보였다. 달은 그런 것들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거기에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중국에서 회사를 다니던 무렵에는 야근이 잦았다. 상하이 오피스 빌딩의 높은 층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불빛들 사이로 달이 보일 때가 있었다. 한자로 된 네온사인들과 형광등 불빛으로 둘러싸인 달은 약간 초라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달이었다. 나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잠깐이나마 그 달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 마감에 쫓기는 일상이 조금은 견딜 만해졌다.
재즈 클럽에서 어떤 보컬리스트의 노래를 듣던 날 밤이 있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만들어내는 멜로디는 물 위에 비친 달빛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 곡이 끝나고 클럽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에는 정말로 달이 떠 있었다. 반달 정도였는데, 곡 속의 달과 현실의 달 사이에서 나는 묘한 현기증을 느꼈다.
달은 변한다. 차고 기울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그 변화는 예측 가능하다. 음력 달력을 보지 않아도 대략 어떤 모양의 달이 뜰지 알 수 있다. 이런 규칙성이 나는 편안하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정한 와중에, 달만큼은 자신의 리듬을 지키며 변화한다.
가끔 사람들이 "달구경"을 하자고 제안할 때가 있다. 나는 그런 의도적인 달 감상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달은 특별한 목적 없이,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 더 좋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혹은 잠들기 전 창문을 열어둘 때, 또는 새벽에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 갔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에. 그런 예상치 못한 만남이 달의 진짜 매력인 것 같다.
몇 년 전 이사를 했을 때, 새 집의 베란다에서 보이는 달의 위치가 전과 달라서 당황했던 적이 있다. 이전 집에서는 달이 거실 창 너머로 보였는데, 새 집에서는 부엌 창으로 보였다. 같은 달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니 마치 처음 보는 달처럼 느껴졌다. 그때 알았다. 달을 좋아한다는 것은 달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달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별을 보기 어렵다. 하지만 달은 다르다. 아무리 밝은 도시에서도 달은 보인다. 때로는 흐릿하고 때로는 선명하게, 하지만 어쨌든 보인다. 그래서 달은 도시인들에게 허락된 몇 안 되는 자연 중 하나다.
외국 여행을 할 때도 달을 본다. 도쿄의 골목길에서,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가에서, 베이징의 후통 사이에서. 어느 곳의 달이든 내가 집에서 보던 달과 똑같다. 시차는 있어도 달에게는 시차가 없다. 이것이 달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다. 달은 보편적이다.
달을 좋아한다고 해서 달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다. 달의 크레이터 이름을 외우고 있지도 않고, 조수 간만의 원리를 정확히 설명할 수도 없다. 다만 알고 있는 것은 달이 지구로부터 약 38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매년 조금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 정도다.
결국 달을 좋아한다는 것은 멀리 있으면서도 친숙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손에 닿지 않지만 언제나 볼 수 있는 것. 변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것. 혼자 있을 때도 외롭지 않게 해주는 것. 그런 존재가 이 세상에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