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

by 생각의정원

수요일 아침이었다. 알람이 울렸다. 여섯시 반. 손을 뻗어 끄고 일어났다. 씻고, 옷을 입고, 커피를 마시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탔다. 회사에 도착했다. 컴퓨터를 켰다. 이메일을 확인했다. 회의에 참석했다. 점심을 먹었다. 일했다. 퇴근했다. 집에 돌아왔다. 샤워했다. 잤다.


목요일도 똑같았다. 금요일도. 토요일은 조금 달랐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늦게 일어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드라마 보고, 잤다.


일요일 오후였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SNS를 넘기고, 유튜브를 보고, 뉴스를 읽고. 한 시간이 지났다. 두 시간이 지났다.


문득 멈췄다.


뭘 하고 있는 거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뭔가 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아니었다. 시간만 지나가고 있었다.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조용했다. 냉장고 소리만 들렸다.


그냥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핸드폰도 보지 않고. TV도 켜지 않고.


그냥.


이상한 느낌이었다. 불안했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았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이 핸드폰을 찾았다.


참았다.


계속 앉아 있었다. 창밖을 봤다. 해가 지고 있었다. 주황빛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름다웠다. 언제 이런 걸 본 적이 있었나.


숨을 쉬었다.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천천히.


몸의 감각이 느껴졌다. 소파의 촉감. 방의 온도. 심장 박동 소리. 평소에는 몰랐던 것들.


십 분쯤 그렇게 앉아 있었을까. 아니, 이십 분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회사에서 선배가 말한 적이 있었다. "가끔은 멈춰야 해."


"무슨 말씀이세요?"


"그냥 멈추는 거야. 아무것도 안 하고."


"그럼 뒤처지잖아요."


"뒤처지는 게 아니야. 숨 고르는 거지."


이해하지 못했다. 멈추면 뒤처진다고 생각했다. 계속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쉬는 것도 다음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안다. 선배가 무슨 말을 했는지.


멈춤은 게으름이 아니었다. 휴식도 아니었다. 그냥 멈춤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


그게 필요했다.


월요일 점심시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동료들은 카페로 갔다. 나는 혼자 걸었다. 회사 근처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핸드폰도 꺼내지 않았다. 그냥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갔다. 급하게 걸어가는 사람들. 모두 바빴다. 어딘가 가야 할 곳이 있었다.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만 멈춰 있었다.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괜찮았다.


바람이 불었다. 나뭇잎이 흔들렸다. 새가 날아갔다. 구름이 천천히 움직였다.


세상은 멈추지 않고 흘러갔다. 하지만 나는 잠시 멈춰 있었다.


이십 분 후, 일어났다. 사무실로 돌아갔다. 일했다. 하지만 조금 달랐다. 머리가 맑았다. 집중이 됐다.

멈춤이 필요했던 것 같았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았다. 삼각김밥을 샀지만 바로 먹지 않았다. 그냥 앉아 있었다.


사람들을 봤다. 편의점에 들어가는 사람, 나오는 사람. 모두 바빴다. 빨리 사고, 빨리 먹고, 빨리 가야 했다.

나는 천천히 포장을 뜯었다. 천천히 먹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바빴나.


대학생 때는 시간이 많았다. 아니, 많다고 느꼈다. 멍하니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친구와 의미 없는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아니, 없다고 느꼈다. 항상 쫓기는 것 같았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았다.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멈추면 뒤처지는 걸까. 아니면 멈춰야 앞으로 갈 수 있는 걸까.

모르겠다.


다만 알았다. 멈춤이 필요하다는 것. 가끔은. 잠시라도.


숨을 고르는 시간.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그냥 존재하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멈춰 있는 것도 뭔가를 하는 거였다.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났다. 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는 대신, 창가에 앉았다.

그냥 앉아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보며.


해가 떠올랐다. 천천히. 하늘이 밝아졌다. 점점. 새들이 울기 시작했다.


아름다웠다. 평소에는 못 봤던 광경. 항상 있었지만 본 적이 없었던.


한 시간쯤 앉아 있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했다. 멈춰 있었으니까.


일어났을 때 기분이 좋았다. 가벼웠다.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된 것 같았다.


멈춤은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저녁에 노트에 썼다. "오늘 나는 멈췄다. 잠시. 그리고 괜찮았다."


짧은 문장이었다. 하지만 충분했다.


내일도 멈출 것이다. 잠시라도. 출근길에, 점심시간에, 퇴근 후에.

멈추고, 숨 쉬고, 보고, 느끼고.


그게 필요하다.


계속 달리는 것만이 앞으로 가는 게 아니니까.


가끔은 멈춰야 한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려면.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 달리다가, 멈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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