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모금의 행복

by 생각의정원

오전 10시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마시러 간다.


이것은 의식에 가깝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동작. 일회용 컵을 들고, 커피 머신 앞에 선다. 버튼을 누른다. 기계가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커피를 뽑아낸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창밖을 본다. 혹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커피가 준비되면 나는 그것을 들고 자리로 돌아온다. 컴퓨터 모니터 옆에 놓는다. 그리고 일을 계속한다. 메일을 확인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회의 시간을 확인한다.


그러다 문득, 커피를 마신다. 한 모금.


이상한 일이다. 그 한 모금이 주는 행복이란. 뜨겁고, 쓰고, 약간 씁쓸한 그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나는 잠시 모든 것을 멈춘다.


커피 한 모금. 그것은 하루 중 가장 확실한 휴식이다. 회의 중에도, 마감에 쫓기고 있을 때도, 피곤해서 눈을 뜨기 힘든 오후에도. 커피 한 모금은 변함없이 거기 있다.


왜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지는 걸까. 생각해보면 별것 아니다. 커피는 커피일 뿐이다. 카페인과 물과 약간의 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그 한 모금이 주는 위안은 설명하기 어렵다.


어쩌면 그것은 선택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루 중 대부분의 순간, 나는 선택할 수 없다.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메일에 답장해야 하고, 마감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는 순간만큼은, 그것은 온전히 나의 선택이다.


한 모금을 마실지, 두 모금을 마실지. 천천히 마실지, 빨리 마실지. 뜨거울 때 마실지, 식기를 기다릴지.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다.


가끔 나는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본다. 사람들이 지나가고, 차들이 지나가고, 시간이 흘러간다. 모두가 어딘가로 가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나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그저 여기, 커피 한 모금과 함께.


동료가 지나가며 묻는다.

"커피 맛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맛있다. 정확히 말하면, 맛있다기보다는 익숙하다. 매일 마시는 커피의 맛. 특별할 것 없는, 하지만 없으면 허전한 그 맛.


오후가 되면 나는 다시 커피를 마시러 간다. 두 번째 커피. 첫 번째 커피만큼 절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것 역시 하루의 리듬이다. 오전과 오후를 나누는 경계선 같은 것.


두 번째 커피의 첫 모금은 첫 번째 커피와 다르다. 입안에 아직 점심 식사의 맛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그것을 씻어낸다. 입 안을 깨끗하게 만든다. 새로운 시작.


퇴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생각한다. 오늘 하루 동안 커피를 몇 모금 마셨을까. 세어본 적은 없지만, 그 한 모금 한 모금이 쌓여서 하루가 된 것 같다. 커피 없는 하루를 상상할 수 없다.


집에 돌아와서도 가끔 커피를 마신다. 밤에 마시는 커피. 이것은 잠을 쫓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냥 마시고 싶어서 마신다. 조용한 거실에 앉아, 책을 읽으며,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밤의 커피는 또 다르다. 낮의 커피가 시작을 의미한다면, 밤의 커피는 끝을 의미한다. 하루가 저물어간다. 내일이 다가온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여기 있다. 커피 한 모금과 함께.


행복이란 무엇일까. 큰 성취나 극적인 순간이 아니라,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커피 한 모금. 그 짧고 작은 순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하지만 내게는 확실한 그 무언가.


내일도 나는 커피를 마실 것이다. 오전 10시쯤,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 머신 앞에 설 것이다. 버튼을 누를 것이다. 그리고 첫 모금을 마실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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