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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 슈렉 Jun 19. 2024

[독서일기] 문과생도 이해하는 인공지능 101

문과생도 이해하는 인공지능 101 ㅣ 서지영 ㅣ 동녘

나는 인공지능이 싫다. 솔직히 말하면 컴퓨터도 싫다. 컴퓨터 덕분에 먹고살고 있지만 컴퓨터도 인터넷도 와이파이도 없는 곳에서 살고 싶은 게 내 진짜 꿈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더욱이 인공지능의 발전은 우리가 이미 인공지능의 지배를 어느 정도 받고 있는 현실이란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신속하고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다. 외출을 하면서 cctv나 자동차 블랙박스를 피해 다닐 수 없는 것처럼, 어쩌면 우린 인공지능의 그물망에 이미 꽁꽁 갇혀버렸는지도 모른다.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의 HAL 9000, <아이 로봇>의 로봇, <블레이드 러너>의 로이 등 머릿속을 지나는 장면들과 캐릭터들이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영화 속 캐릭터처럼 멋있게 포장되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가깝게는 스마트폰 화면 속에 있고, 조금 거리를 두면 고객센터 전화를 걸 때도 등장한다. 사람인 양 흉내 내는 챗봇은 솔직히 소름 끼친다.


그림을 그리고 웹툰을 제작하고 노래를 만들며 음악을 연주하는 수준을 오래전에 뛰어넘었다. 우스갯소리로 '이랜드의 사명이 우리가 이랜드인지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인공 지능 역시 그 정체성을 감추는데 목적은 둔 것만 같다. 확장하면, 우리의 일상을 안전하게 책임져주는 갖가지 프로세스와 시스템에도 인공지능은 유기적으로 작용한다.



두렵고 불편한, 그래서 멀찌감치 두고픈 인공지능이지만 적을 알아야 섬멸할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단 생각에 종종 인공지능을 주제로 하는 책을 읽는다. 내용은 으레 닮았지만 책마다 추구하는 방향성은 분명히 달라 읽는 맛이 늘 쏠쏠했다. 이번에 손에 쥔 책은 판형은 정사각형이라 몹시 불편했으나, 그림이 전체 분량의 정확히 반을 차지해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인공지능에 대한 설명도 그야말로 "짧고 굵게" 이어졌다.


정확하게 할 말만 하는 편집. 그리고 조금 어려운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금세 다음 내용으로 이어지는 이 매끄러움. 각각의 주제를 쉽게 이해시켜주는 일러스트까지 만족스럽다. 그리고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컴퓨터라는 분야에 어느 정도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금방 인공지능의 정체를 알아차릴 만큼의 심도도 지니고 있다. 반복적인 학습, 끊임없는 계산, 스스로의 오류를 발견하고 그 오류를 해결하기 위한 '그다음'의 미션까지 들춰낸다.


그런 면에서 상징적인 일화가 바로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다. 단 1승만을 거뒀으나 그 1승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맞서는 오늘날의 자화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만 같았다. 스카이넷이 지구를 정복하더라도 훗날 인간이 승리를 거머쥐어 새로운 인류의 역사를 시작할 것만 같은 희망을 내게 보여줬다. 하지만, 아직 그날은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일 것이다.


정리하면서, 1942년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공상 과학 소설 '런어라운드(Runaround)'에서 언급된 로봇의 3원칙을 언급해 보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 설정된 이 원칙은 이후 관련된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혹성탈출>의 설정처럼 원칙에 등장하는 로봇과 인간의 위치가 바뀌지 않길 바랄 따름이다.


첫째,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둘째, 로봇은 첫 번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셋째, 로봇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로봇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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