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되지도 않는 소릴 해대는 시절이 있었다. '아프니까 사장'이라는 커뮤니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진상 고객들의 온갖 추태들이 소개된다. 다섯 살 꼬마 아이도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친구 때문에 속앓이를 할지 모른다. 열다섯 살 스물다섯 살 하물며 마흔여섯 살이 된 나도 여전히 온갖 이유로 늘 수시로 아프다.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고 <달콤한 인생>에서 백사장이 말했다. 마냥 행복하고 달콤하면 좋겠지만 인생이란,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늘 뜻하지 않은 일과 마주하며 그것을 견뎌내거나 이겨내거나 또는 좌절할 수밖에 없는 반복이다. 언젠가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간지럼 태우는 글귀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젠 어른 아이나 사십춘기라는 말도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에 이르게 되었다.
<인사이드 아웃>은 혁명에 가까운 드라마가 분명 맞다. 순식간에 흐르는 1편의 오프닝만으로도 그 공은 분명 픽사의 업적 맨 앞에 못 박아 둘 수 있을 것이다. 간발의 차이로 <UP>의 오프닝이 뒤따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 절대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분명 맞다. 또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감정을 느낀다. 시간이 흐르는 과정 속에 경험을 하고 취사선택하여 그것들을 기억하고 보존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 사실을 픽사는 애니메이션으로 탄생시켰고, 우리는 이제 그 두 번째 후속편을 마주하게 된다.
다섯 가지의 감정을 갖고 출생을 시작으로 이사라는 제법 커다란 환경의 변화를 언급한 전편과 달리 2편에서는 대놓고 '사춘기'라는 간판을 전면에 내걸고 무려 네 가지의 감정을 추가로 합세시킨다. 밀도는 낮아졌을지 모르나 전개와 감정의 기복은 전편을 뛰어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성장하면서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대수롭지 않은 것이나 사춘기라는 시기에 걸맞게 온갖 고민이 늘어나는 시기라면, 등장하는 아홉 가지의 감정이 되려 모자라지 않을까 우려가 될 정도다.
따라서 영화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의 진학, 그리고 아이스하키라는 주인공이 몹시 사랑하는 놀이가 더 이상 순수함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 도달했을 때의 상황을 제시한다. 단순 가출보다 느 죄질이 더 나쁠법한 코치의 노트를 들춰보고, 소심해서 방구석에서 혼자 눈물을 짜는 대신 오랜 친구들 앞에서 비아냥 거리는 초강수를 둔다. 그리고 기쁨이와 슬픔이의 단순 대립이 아닌, 기존 감정과 새 감정의 전쟁에 가까운 대립은 사춘기를 겪는 모든 이들을 대변할 만큼 논리적이고 사실적으로 펼쳐진다.
잘 해보려고 한 거라며 악의 없는 실수를 반복하며 벌이는 불안이는 결국 우리가 평생 떨쳐낼 수 없는 욕망과 맞물린다. 더 많이 벌어야 하고 더 신나게 놀아야 하며 더 그럴듯하게 보여야 하는 온라인으로 모두가 엮여버린 현시대에 가장 두드러지는 감정이다. SNS로 점지되는 네트워크의 배경에는 결국 시기와 질투가 표면에 드러나도 그 이면에는 불안감이 깃들어 있는 것과 맞물린다.
특정 감정으로 지배되지 않게 되는 시점. 무엇보다 하나의 색으로 드러나는 자아의 성향이 여러 빛깔로 다채롭게 바뀌게 되는 결말의 구조 또한 픽사이기에 가능한 친절한 매듭이다. 원래대로 회귀하고 그래서 평온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픽사는 <인사이드 아웃>을 통해 거추장스러운 미사여구가 아닌 진짜 사실에 대해 언급한다.
어른이 되는 데 있어 나란 감정은 더 이상 필요 없을 거라는 기쁨이의 자조 섞인 탄식은 그 순간 눈물이 핑 돌 만큼 슬프다. <토이스토리 4>를 보며 펑펑 운 순간이 떠올라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아픈 만큼 성숙하고, 성장하면서 겪는 무수히 많은 고통과 시련 그리고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그 지난한 여정은 모두가 겪게 되는 관례다. <인사이드 아웃> 2편은 그 관례를 핀셋으로 정확히 들춰내고 현미경으로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놀라운 성취를 이뤄낸 작품이다.
또 몇 년이 흐르면 연애를 시작하거나 결혼을 앞둔 3편을 마주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