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에 대해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단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거라고 우스갯소리로 농담하던 시절이 있었다. 관련하여 역시 한 번도 아니한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단 한 번만 경험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어둠의 경로'다. 비단 노래나 영화뿐만이 아니다. 소설, 만화책, 전문 도서, 아이들이 보는 영유아 프로그램, TV 예능, OTT, 그리고 온갖 유틸리티와 전문 프로그램들까지... 아직도 동네에 한두 개씩 있는 pc 수리 매장에선 단돈 3~4만 원만 주면 윈도우부터 온갖 프로그램을 '완벽에 가깝게' 설치해 준다.
후련하다. 뭔가 감추고 있던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둠의 경로'를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한 모든 이의 치부를 이 한 권의 책으로 깔끔하게 드러냈다. 거침없다. 그리고 정확하다. 무엇보다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다. 더욱이 거기에 가미된 영화를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되려 그 '영화 도둑'이란 허상을 완벽하게 설명한다.
역설적으로 그간 암암리에 행해온 어둠의 흔적들이 이 책을 통해 아주 조금 보상받은 느낌이 든다. 물론 나도 저자만큼 영화를 사랑하고 저자만큼 그 경로를 종종 이용했다. 하나 그 과정이 영화시장 전체에 끼치는 영향과 또 작품의 입소문에도 기여하는 바는 분명 골똘히 생각해 볼 필요도 감히 있다고 본다.
또한 저자는 단순히 영화를 훔치는 그 행위가 비단 이용자들뿐만 아니라, 영화와 관련되어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도 이뤄지는 것을 꼬집는다. 그것이 그 행위를 하는 모든 이들의 죗값을 덜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필요하다고 방점을 찍는다. 또한 씨네스트 등에 자막가로 활동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몇몇 자막가와의 인터뷰도 좋다. 단조로운 편집이라 되려 그 내용이 더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관련하여 DVD의 형편없는 자막 수준도 꼬집는다. 반성해야 할 사람들 적지 않다.
과연 우리가 영화 도둑이었는가! 하고 반문하게 만든다. 도둑이면 어떤가! 영화를 사랑하는데!라고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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