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도 잘 모르는 약 이야기 ㅣ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ㅣ 이매진
어느 집이나 상비약은 있게 마련이다. 소화제, 해열제, 밴드, 빨간약 정도는 말이다. 먹고 남은 거라도 쓰고 남은 거라도 서랍장이든 옷장이든 신발장 위든 어디 대충 굴러다니기도 하고, 예쁜 구급함에 오밀조밀 용도별로 가지런하게 모아놓고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어느 집이나 있을 법한 상비약처럼. 이 책 역시 모든 집에 상비약처럼 있으면 좋겠다. 읽는 내내 그런 맘이 들었다.
오래전에 만든 책을 시대에 맞게 내용을 알차게 꾸며 새롭게 만들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라는 이름의 단체는 스스로 약사임에도 불구하고 습관과 버릇 그리고 유행과 거짓 사이에서 만연한 잘못된 지점들을 과감하게 꼬집고 들려준다. 읽으면서도 내가 잘못하고 있는 점들, 아내가 잘못하고 있는 점들이 떠올라 섬뜩한 순간도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만큼 약을 손쉽게 살 수 있는 나라도 없다. 도시에 국한된 풍경이겠지만 병원도 정말 많고, 병원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마음만 먹으면 병원 쇼핑 약국 쇼핑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약을 살 수 있게 되었고, 종로 5가에 가면 동네약국에 비해 저렴한 약 값으로 왕복 택시비가 빠질 정도다.
없는 병도 만드는 시대. 있는 병도 금방 치료할 수 있다고 신봉하는 시대. 그리고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얼마든지 스스로 약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바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다. 교묘할 정도로 영악한 제약회사의 행태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책은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손쉽게 약을 접할 수 있는 편의성과는 별개로 약에 대한 정보는 무지할 정도로 노출되지 않은 국민적 특성도 기이할 따름이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이후 그전에도 자주 보던 약의 설명서를 읽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제법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약을 '남용'한다.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 더 즐거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사실 약이 아닌데도 우리 사회는 약에 많은 부분을 의존한다. 우울증, 경미한 감기, 대수롭지 않을 신체의 생리적 변화에도 서둘러 약을 찾는다. 선택에 대한 효과만 맹신할 뿐, 결과에 대한 장기적인 미래에는 둔한 것이다.
그래서 읽다 보면 적지 않은 페이지를 압축 요약해서 따로 옮겨 출력하고는 냉장고에 붙여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도 들었다. 이래저래 약 자체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 약에 대한 효과적인 대비책을 제안해 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또 다른 불안감은 과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약도 먹는 사람을 위해 좋은 방향으로 써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명제일 것이다. 의사의 처방도 필요하고, 처방이 없는 순간에는 해당 약이 갖고 있는 성분에 대해서도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그 과정에 과대광고와 허위광고의 흔적은 없는지,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 혹은 지인의 경험담은 없는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제목은 식후 30분에 읽으라고 하였으나, 일상 틈틈이 수시로 읽어도 좋을 것만 같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이지만 부드럽게 이어지는 문맥과 소재의 나열은 읽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시작하면서도 언급했듯이 재난대비 훈련, 혹은 성장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처럼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이만한 가이드도 없을 것만 같다.
영양소가 골고루 담긴 음식을 제때 섭취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땀 흘리고 숙면을 취해야겠다. 그리고 아프다면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 책은 나를 내 가족을 우리 모두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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