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보니 서울이었다. 서울에서도 4대문에 인접한 도심 지역. 자연과는 다소 떨어진 곳이었다. 들풀이 우거진 뒷동산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다. 정사각형 모양의 보도블록과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동네 풍경, 말 그대로 도시의 한복판을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같은 도시라 하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서울이 갖는 의미는 분명 남다르다. 무엇보다 거의 모든 인프라가 도보 거리에서 이뤄지는 편의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다. 다른 지역에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 대한민국 다른 동네도 내가 자란 곳과 같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시절이었다.
스무 살이 되고 여러 활동을 통해 마주한 이들의 고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제야 도시와 도시가 아닌 곳의 풍경은 확연히 다른 것을 깨달았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더 흘렀고, 이제는 도시마저도 인구 감소로 인해 그 생명력을 위협받는 시대에 이르렀다.
초고속 경제성장이란 목표 아래 단 한 번도 우린 도시기획, 도시 디자인에 대해 고민하진 않았던 것으로 안다. 설령 그렇다 쳐도 그 주제가 보고 배울 선진국의 모델과는 흡사 많이 달랐다. 그리고 이제서야 강산이 예닐곱 번 바뀐 뒤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뒤늦게나마 도시에 대해 공간에 대해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책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사례를 통해 도시 속 풍경을 바꾸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지혜와 경험을 들려준다. 그것은 단순히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마치 재개발의 개념을 닮아 있진 않는다. 뜻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깊게 고민한 배경으로부터 피어올라 대성공까진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결과에 이른 모습이다.
그 속에는 번듯하게 지은 건축물이나 거창한 캠페인 혹은 홍보 마케팅이 전부를 차지하고 있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콘텐츠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 그리고 그 시도를 뒷받침할 충분한 고민과 계획이 존재했다.
무엇보다 소개하는 각 공간에 따라 해당 공간을 기획하고 제작에 참여한 관계자와의 인터뷰는 책이 다루는 주제에 더욱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로 인해 저자의 시선만이 아닌 각 공간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의 시선까지 책에서 마주한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비단 도시뿐만 아니라 존재를 위협받고 있는 여러 소규모의 도시 그리고 지역에 대해서도 충분히 적용 또는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례들이 등장한다. 예산과 규모 그리고 공간으로 끌어모으고자 하는 연령층에 따른 형태별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준비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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