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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무질서의 디자인 ㅣ 리처드 세넷

리처드 세넷 ㅣ 파블로 센드라 ㅣ 김정혜 ㅣ 현실문화

by 잭 슈렉

도시란 과연 무엇일까? 콘크리트 덩어리가 빼곡하게 드리워진 공간. 반짝이는 유리와 인공적으로 꾸민 일부 자연이 어우러진 그곳. 역사적으로 도시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함께했고,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삶의 터전을 일궈온 공간이었다.


도시는 죽어 있지만 살아있다.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없는 무생물의 공간이지만, 도시는 마치 웅장한 규모의 생명력을 지닌다. 특정 이슈 혹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도시는 급변하기도 하며 느린 속도로 서서히 그 성질과 형태를 달리한다.


그 한복판에서 역사적 사례와 건축가들의 손길을 따라 이 책은 '무질서의 디자인'이란 이름으로 도시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시 디자인의 실험과 방해 전략'이라는 다소 당찬 소제목은 본문을 통해 더욱 확고하게 새겨진다. 노동과 도시화 연구의 권위자인 사회학과 교수 리처드 세넷의 날카로운 토로는 난해하면서도 설렘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다.


지극히 서구적인 역사적 배경과 사례가 다소 살갑게 다가오긴 힘들지라도, 묵묵히 페이지를 넘긴다면 혼돈과 불안 그리고 사회적 제도와 제약 사이에서 도시가 어떻게 끈질기게 숨 쉬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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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가장 눈에 띈 조각은 알도 반에이크라는 네덜란드 건축가의 이야기였다. 두 아이의 아빠라서 더 그랬을 터. 그는 1947년부터 1978년까지 무려 734개의 놀이터를 디자인했다. 어린이들이 탐색할 수 있는 모래, 물, 오를 수 있는 바위 등 여러 가지 다른 질감이 펼쳐지고 가장자리 경계가 없는 놀이터로 대표되는 고유의 디자인이 도시의 공터를 메우는 과정은 매력적이었다.


저출산이라는 사회문제와 소음으로 인해 아파트 놀이터의 운영 시간을 제약하는 등의 우리 모습은 잠깐이나마 허탈한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공생과 교감 그리고 어린이와 사람이라는 지극히 차분한 소재들의 연결고리에 대해서 우리는 도시는 시스템은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책 자세히 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59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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