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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전쟁으로 읽는 세계사 ㅣ 정미선

전쟁으로 읽는 세계사 ㅣ 정미선 ㅣ 은행나무

by 잭 슈렉

지구상에 있는 200개가 넘는 국가 중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휴전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란 단어는 마치 남의 나라 일처럼 느껴진지 오래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의 등장을 외신을 통해 보는데도 그 장면은 아직 이질감이 느껴질 뿐이다.


돌아가신 할머니께서는 6.25 한국 전쟁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셨다. 서울에서 살다가 전쟁통에 부산으로 피난을 갔고 국수 장사를 하시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오신 큰 얼개의 이야기부터, 당장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공포가 서린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중 하나는, 피난 길이었는데 저 멀리 하늘에서 콩알만 한 뭔가가 떨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무언가가 폭탄이었고, 거센 바람과 파편이 줄지어 걷는 할머니 쪽을 향해 삽시간에 불어닥쳤다고 했다. 할머니 바로 앞에 젊은 엄마는 너무 놀라 바람을 등졌고, 등에 업고 있던 갓난 아이는 파편에 그만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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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명분으로도 전쟁은 합리화될 수 없다. 더욱이 침략과 약탈을 위한 전쟁은 더더욱 있어선 안될 것이다. 하물며 그간의 많은 전쟁 대부분이 종교 갈등에 비롯되었던 것을 본다면, 과연 종교가 존재해야 하는 마땅한 이유 그리고 종교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하면서 희박하게나마 불씨가 있던 역사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져나갔다. 언젠가 한번은 전쟁에 대한 책을 읽겠다고 다짐했건만 이제서야 한 권, 그것도 모음집을 택했다. 너무 잔혹한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고 싶지 않은 두려움도 있었거니와, 유명한 전쟁들이 도대체 왜? 일어났고 어떻게 이어졌는지에 대한 예습 정도로 읽어 내려갔다.


넉넉한 삽화, 그리고 당시 전쟁의 흐름을 지도를 통해 보여주는 구성은 나와 같은 초보자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각주를 통해 어려운 단어를 쉽게 풀어써준 부분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전쟁이란 최악의 사건을 이토록 친절하게 들려주니 읽으면서도 수시로 교차하는 감정으로 인해 뜨뜻미지근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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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지난한 전쟁의 역사 속에 서방세계, 특히 유럽이 행해온 그릇된 잘못은 오늘날 아프리카를 통해 드러난다. 식민지라는 전쟁만큼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은 가치를 위해 그들이 보여준 역사의 기록은 참회와 반성, 그리고 그에 타당한 죗값을 반드시 치러야 할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세대와 시대가 바뀌는 거대한 지점에 이르고 있다. 그 어느 시점에서는 감히 통일을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다소 거창하고 동시에 제법 실현 가능한 꿈마저 꾸게 한다. 유일한 분단국가가 하나가 되고, 휴전이 아닌 종전을 통해 세계 역사에 이정표가 될 대한민국의 가까운 미래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그 커다란 변화 속에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책임 있게 이뤄 나갈 것이다.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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