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 러더퍼드 ㅣ 장영재 ㅣ 북스힐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는 며칠 뒤에나 알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1초가 멀다 하고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모두가 손에 하나씩 단말기를 쥐고 있고, 그 단말기는 디스플레이를 강점으로 양방향 통신이 그것도 실시간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기능을 갖고 있다. 어쩌면 21세기 들어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첫 계엄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것도 이 단말기의 공이 적잖이 컸으리라 생각하는 바이다.
정보의 전달속도와 반응속도는 인류의 문명 생성 이후 가장 빠른 시대를 살고 있다. 실시간보다 더 빠른 속도가 나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예언에 이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이토록 빠른 정보의 파도 속에서 더욱 투명해야 마땅한 정보의 이슈가 가짜 뉴스로 먹칠 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딥페이크를 비롯하여 제법 근거 있는 배경을 뒷받침으로 하는 거짓 정보가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는데 일조한다. 페이크 다큐 영화의 대표작인 <블레어 위치>의 경우 알고 보면서도 사실인 건 냥 믿게 된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진짜 같은 가짜가 진짜를 이기는 경우도 더러 있다.
특정 정보를 전하는 과정에서 숫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몹시 크다.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보단 '2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라고 하면 그 느낌이 더 생생해진다. 그냥 빵이 비싸졌다는 말보다도 전년 대비 20% 빵이 비싸졌다고 하면 사람들은 금세 머릿속으로 1천 원짜리 곰보빵이 1200원이 된 것으로 인지한다. 하지만 이런 숫자들이 등장하는 과정과 배경엔 짐짓 그 저의가 의심될 정도로 교묘한 책략과 거짓된 기준이 종종 숨어 있곤 한다. 따라서 아무리 메이저 언론이라 하더라도 막대그래프를 갖고 장난질을 한다거나, 원그래프의 비중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적잖게 있다. 적당히 관심 갖는 대상으로 하여금 진짜 정보 보다 그을린 정보를 이해하게끔 만드는 그야말로 개수작이 아닐 수 없다.
'빅데이터 시대, 데이터 문해력 향상 프로젝트'라는 알듯 모를 듯 부제로 시작하는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거짓 뉴스가 판을 치는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좋은 지침서가 된다. 절대 어렵지 않은 설명과 적절한 예시들에서 그 어떤 페이지도 어렵게 넘기지 않게 한다.
무엇보다 숫자로 대표되는 정보의 맥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리고 앞서 설명한 개수작에 가까운 장난질에서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고 주의해야 하는지도 세심하게 들려준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호신술을 배운다면, 이 책은 정보사회에서 더는 속아넘어가지 않는 굳건한 영혼과 지성을 만들어주는 호신술에 버금가는 위력을 보인다.
표본조사, 데이터수집, 그리고 오차 범위 등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싶은 것들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다. 읽다 보면 그러려니 싶은 내용의 기사도 어떤 의도를 갖고 특정 대상을 표본조사 군으로 두지 않았는지,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의 기울어진 운동장 효과는 없는지 등을 검증해야 할 것이다. 또한 흔히 통계라 하면서 제시되는 평균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정보에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통계의 허점, 평균의 허점, 그것들로부터 시작되는 이해득실의 관계까지도 책은 들려준다.
이러한 혜안을 지녀서라도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정제된 그리고 정직한 정보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귀차니즘에 빠져 스스로 포기해버린다면 어디서도 언제라도 휘둘리게 되는 더럽고 추잡한 정보에서 허우적거릴지 모른다. 스스로를 지키는 힘,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노력은 어쩌면 이 작은 노력 그리고 준비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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