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과학 ㅣ 마커스 초운 ㅣ 이덕환 ㅣ 까치
분명 아는데, 아니 진짜 알겠다니까! 하면서도 막상 내가 정말 아는 건지 아니면 아는 척을 하는 건지 의심이 갈 때가 있다. 뭐 그리 멀리 찾아볼 필요도 없다. 단 두 글자로 적지만, 도무지 가까이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다. 바로 '과학'이다.
같은 주제라 해도 어떻게 풀이를 하느냐에 따라 그 대상의 성질이 바뀌는 것은 맞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무려 천만 관객을 끌어들인 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우리는 이미 과학과 친숙한 삶을 살고 있는 중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학식이 짧아 영어로 된 책을 읽으며 두뇌를 학대하면 좋으련만 그럴 주제는 감히 못된다. 그래서 가끔씩 고르는 책이 바로 과학 책이다. 읽고 있으면 알겠지만 두 페이지 이전의 내용이 까마득하게 지워지는 그 놀라운 효과! 내 머릿속에도 블랙홀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 고른 책은 부제가 매력적이었다. '우리가 세상을 읽을 때 필요한 21가지' 이만큼만 보면 분명 쉬운 책이 맞다. 가끔 이런 책이 있다. 어려운 주제도 어려운 내용도 어린이집 다니는 꼬꼬마 아이들에게 들려주듯 쉽게 풀이해 주는 책. 이 책 또한 그렇다.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앞부분에 배치된 중력, 전기, 지구 온난화, 태양이 뜨거운 이유까지는 제법 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열역학 제2법칙, 판 구조론, 양자이론, 원자, 진화론... 그만 알아봐야겠다. 그래도 읽다 보면 으레 고개가 끄덕여지고 눈곱만큼 내가 알고 있던 것들과 으레 모르던 것들이 적잖은 충돌과 교감을 이뤄내며 아주 조금이나마 전진하는 것이 느껴진다. 어쩌면 그걸 희열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책의 서문은 유명한 두 분의 글귀로 시작한다. 시작하면서 읽었을 때의 느낌과 책을 다 읽고 다시 한번 읽을 때의 느낌이 까마득한 우주를 가로지르는 기분에 빠질 정도였다.
책을 읽는 행위. 그리고 그 행위 이후 짧게나마 일기를 쓰는 과정.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로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가르치고 싶어 하는 마음까지... 더 겸손하고 더 노력하고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태어났는데, 그런 사실을 어느 정도 변화시킬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라고 리처드 파인먼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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