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겨레의 노래 아리랑 ㅣ 김삼응

겨레의 노래 아리랑 ㅣ 김삼응, 임진택, 김태균 ㅣ 두레

by 잭 슈렉

"꽃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는 아낙네야~ 야야~ 야야 아야~ 야야야야 야야야~"


학교 농구부가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승승장구할 때면, 체육시간에 공놀이 대신 체육관에 모여 이 노래를 부르면서 응원을 연습하곤 했다.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서도 아리랑을 부르고 배웠지만, 이렇게 열정적으로 옆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간단한 율동까지 곁들여가며 꼬박 한 시간을 쉬지 않고 아리랑을 불렀던 적은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없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트로트를 좋아하셨던 할머니께서 아주 가끔 아리랑을 부르곤 하셨다. 창씨개명을 피하고자 도망 다녔던 일제 강점기 시절의 이야기부터 6.25 한국 전쟁 이야기를 지나 보릿고개까지 그 장대한 삶의 굴곡을 들려주시는 날에는 어김없이 이 노래가 이야기의 마무리에서 들려왔다.


'아리랑'


특별히 떠올릴 만한 추억도 없고, 태어나 평생을 이 땅에서 살아 향수병 따위도 없는데도 이 단어만 들으면 읽으면 떠올리면 그 묘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김수철, 신해철 등의 연주를 감상할 땐 괜히 마음속에서 정체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뭉클거려 눈물이 툭! 그야말로 툭! 터져 나오기도 했다. 민족의 얼에 서려 있는 단어. 그리고 지역에 따라 시대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지고 변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쭉 이어질 우리나라 우리 민족의 흥과 정신이 깃든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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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부러운 유일한 이유는 악보의 형태로 남아 있어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의 음악에는 (그때에) 악보가 있었을지 몰라도 현시대에 남아있는 기록이 없으니 대부분 구전의 형태에 의지해야 하고, 지역마다 계신 고령의 어르신들의 기억에 근거를 둔다는 것이다.


이 책 역시 문헌에 남아 있는 아리랑의 정체와 역사,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 문헌에 기록되기 시작한 구한말 시기부터의 아리랑을 집중 조명한다. 굴곡진 역사 속에서 아리랑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그야말로 방대한 자료와 섬세한 내용으로 들려주는 것이다. '아리랑'이란 공통의 소재를 갖고도 지역에 따라 어떻게 표현이 되는지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아리랑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해서도 부족함 없이 느낄 수 있다. 25세 청년 나운규가 원작, 감독, 각본, 주연을 통해 만들어낸 영화 <아리랑>은 그 정점에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억압과 탄압 속에서 검열의 기준을 교묘하게 피해 가며 만들어 전국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독립의 기운과 한민족의 정체성을 뿌리 깊게 느끼게 해준 걸작이 아닐 수 없다.


지역별로 불린 아리랑의 가사가 많은 분량으로 이어진다. 멜로디까지 접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으나, 시조처럼 시처럼 가사만 읽어 내려가도 오묘한 감정에 빠지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때 그 시절, 우리보다 더 큰 고통과 시련을 감당했을 이들의 삶과 일상이 아리랑에 녹아있다.


문화 예술의 힘. 그리 멀지 않아 아리랑이 갖고 있는 힘이 전 세계에 한번 유행처럼 휘몰아치지 않을까, 감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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