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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록 크로니클 ㅣ 히로타 간지 ㅣ 한경식

록 크로니클 ㅣ 히로타 간지 ㅣ 한경식 ㅣ 미디어샘

by 잭 슈렉

다른 글에서 밝힌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카카오톡이나 네이트온 등의 프로필에는 늘 'Rock Spirit'을 표기해놓는다. 록을 들으며 성장했고, 록이 없으면 살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록 스피릿을 늘 몸과 마음 영혼에 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을 넘어서서 무슨 해괴망측한 말인가 싶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록이 좋다. 아무리 시끄럽고 정신없는 음악이라 하더라도 록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심박수도 안정되는 느낌이다. 저항, 자유, 폭발 등의 메시지를 뛰어넘어서서라도 록은 내게 있어 삶을 살아가는 어떤 이정표 혹은 가이드와도 같은 의미로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이미 몇 차례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록의 부흥기와 유행기가 지났다. 엄밀히 말하면 2025년 현재 기준 록이 유행의 한복판에 있다고 말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중음악의 근간이 재즈가 된 것처럼, 록 역시 하나의 장르이자 흐름 그리고 시류가 되어 많은 후속 장르 및 음악에 영향을 끼쳤음에 틀림없다. 뭐 그렇다고 록이 대단하다고 말하는 건 결코 아니다. 죽는 그날까지 내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의 시간이란 한정적이고, 나는 그 한정적인 시간에 보다 많은 음악을 듣기보단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더 자주 듣는 것을 선택한 것뿐이다. 록은 나와 단짝 친구다.


1950년대 록의 태동기부터 책 집필의 당시 시점인 2011년까지 70여 년의 연대기를 다룬 책은 그야말로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어찌 보면 수박 겉 핥기 수준도 아닌, 매장에 진열된 수박을 잠시 잠깐 스쳐보는 수준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차게 꼼꼼하게 섬세하게 기록했다. 시대별로 정리한 주요 사건들은 각각의 연결고리를 지녔고, 단순히 록 음악의 발전과 유행에만 포커스를 두지 않고 록 음악이 시대적으로 어떻게 작용했는지에 대한 깊은 호기심이 텍스트로 거듭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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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록은 한 시절을 풍미한 그저 그런 유행가로 멈추지 않는다. 전쟁을 반대했고, 핵발전소와 에이즈, 가난과 자연재해와 맞서 싸운 그야말로 저항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매번 그때마다 필두에서 진두지휘한 선배들의 활약이 빛이 났다. 수십만 명의 팬을 하루아침에 한자리에 집결시키는 뜨거운 열정을 거침없이 보여주었다. 마약과 폭력 등 얼룩진 면도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록은 늘 폭발하는 순수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음악으로 성장했다.


70년간 이어진 연대기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밴드는 바로 비틀스다. 10여 년 남짓 활동 기간과 더불어 해체 후 멤버들 각자의 활동, 그리고 그들이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그야말로 범우주적이었다. 단순히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만 비명 지르고 실신하는 팬들을 거느린 밴드에 지나지 않는, 인류가 나아갈 방향과 삶의 지혜로운 해법에 대한 고민을 비틀스는 멈추지 않고 실현해 나갔다.


노랫말을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멜로디와 음악에 실린 분위기 그리고 그 영혼의 동질감만으로도 이미 우린 하나가 되었음을 경험했기에, 그야말로 음악이란 예술 장르가 갖고 있는 막강한 위력은 록이란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고 멀리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음악으로 하나가 되고, 선율을 타고 한마음이 되는 그 아름다운 광경에 지금까지 록이 있었고 또 앞으로도 ㅍ이 계속 존재하길 소박하게 바랄 따름이다.


책을 덮었다. 그리고 플레이어에 CD를 얹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볼륨은 (옆집을 생각해서) 13까지만 올렸다. 1번 트랙부터 9번 트랙까지 록이 나를 감쌌다. 달콤한 시간이다. 록 스피릿에 흠뻑 젖는 방법은 생각보다 쉬었다.


Rock Will Never Die!


<책 자세히 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058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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