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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경이로운 한국인 ㅣ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경이로운 한국인 ㅣ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ㅣ 이소영 ㅣ 마음의숲

by 잭 슈렉

종특이란 말이 있다. 때때로 이 표현은 특정 집단을 낮게 표현하기도 하고, 반대로 해당 집단의 특징을 제대로 꼬집어 표현할 때 쓰는 함축 너처럼 사용된다. 지구에 약 200여 개 이상의 국가가 살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처럼 단일민족은 과연 몇 나라나 될까. 특히 미국과 같이 여러 국가의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에선 사실 종특이란 말을 갖다 붙이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떠도는 한국인이면 절대 참지 못하는 시리즈가 기억난다. 자판기 커피 나오기 전에 문을 미리 연다거나, 3분도 채 지나지 않고 컵라면을 먹는 것과 같은 것이다. 시대는 달라져 이젠 와이파이가 없는 곳이라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도착 시간이 길어질 경우 한국 사람들의 인내심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밑바닥에 다다른다.


작가이자 번역가, 강연자로 한국 생활을 해온 저자는 한국인과 결혼을 했다. 책의 서두에서 그는 이 책을 장인어른에게 바친다고도 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그는 섬세하게도 깊은 배려심과 이타심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다. 작가의 말 이후 본격적인 본문에 들어서기 앞서 '일러두기'를 통해 아래와 같이 밝혔으니, 이 책은 우리를 색다르게 바라볼 만화경이 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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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사람 눈에 신기한 것이 한국 사람이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걸 보고 서양 사람이 의아해한다는 사실 자체가 독자 여러분한테는 외려 의아할 듯싶다"


우리도 모르는 우리 이야기. 외국 사람이 들여다본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 그리고 지극히 당연하고 익숙한 것들이 다른 문화권의 사람에겐 얼마나 생소하고 놀라운 것인지를 이 책은 들려준다. 그 과정은 몹시 절제되고 함축된 언어로 이어지고, 저자의 직업적 특성이 두드러질 만큼 간결한 문체가 매력적이다. 장황하지 않고 적확하게 본질을 꿰뚫는다. 따라서 여운이 제법 길다. 먹고 사느라 바빠 제대로 거울 한 번 보지 못한 느낌이다. 그렇게 맑은 푸른 하늘이었는데 출퇴근하느라 고개 한번 하늘을 향해 들어보지 못한 아쉬움이다. 하지만 그것이 부끄럽거나 자책할 만큼의 그것은 결코 아니다. 그 모든 것들이 순리라는 이름으로 과정이라는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기 때문에 부담이 될 이유가 없다.


총 7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주제에 맞는 담소는 일정 수준의 흥미와 주목도를 유지해나간다. 1부 '말속에 감춰진 따뜻한 마음씨'에서는 인사와 예의범절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타인을 배려하는 심성을 다룬다. 2부 '먹는 것에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들'은 먹는 속담이 유난히 많은 우리를, 보릿고개로 대변되는 못 먹고살던 시절로부터 남겨진 생활습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후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한국인 다움', '오지랖을 유전자에 심은 민족', '삶의 전략으로 택한 실용주의', '치열하게 때로는 느긋하게', '경이로운 사람들이 모여 이룬 나라' 등의 주제 아래 우리를 마주할 수 있다.


소심하고, 예의 바르고, 과감하면서 이타적이다. 참을성 없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진득하니 잘 참고, 무엇보다 남을 배려한다. 관습과 전통에 얽매여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것으로부터 때때로 쉽게 초월한 듯 자유롭게 날갯짓도 한다. 무표정하지만 속이 깊고, 귀찮아하지만 돕기를 자주 한다. 그야말로 복합적인 성격의 나라. 민족. 한국 사람이다.


본문을 통틀어 꼬집고 싶은 부분이 하나 있다. 저자가 경험한 시간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영역이기에 그것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최근 들어 그 시간마저도 짧게 단축되었기 때문이다.


'60분이면 오케이' 당신의 시력에 딱 맞는 안경을 맞춘 후 그걸 받아쓰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내 경험상 '30분이면 오케이'가 맞다. 경이로울 정도로 빠른 시간이, 맞다


<책 자세히 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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