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음악의 쓰임 ㅣ 조혜림 ㅣ 파이퍼

by 잭 슈렉

음악을 관련으로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연주와 노래였다. 락키드로 성장하면서 꼭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재능도 부족했고 연습도 턱없이 부족해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았다. 싸구려 건반을 가져다 놓고 딩가딩가 몇 곡 작곡을 해봤지만 이젠 기억 속에 멜로디조차 남아 있지 않다. 물론 악보도 없다.


모든 음악평론가들은 뮤지션이 되지 못한 이들이 그 한을 풀고자 하는 직업이라 했듯, 평론가 까진 아니지만 여기저기 음악과 관련된 글을 잠시 잠깐 썼다. 반응의 좋고 나쁨을 떠나 오랜 숙원을 푼 것 같은 만족감이 들었다. 필드라는 것이 결국 발을 들여놓고 있으면 알음알음으로 일을 소개받곤 하게 되는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음악잡지 디자인도 몇 년 했다. 소극장 공연도 수십 차례 했고, 굴지의 레코드사 홈페이지를 만들고 관리까지도 즐겼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신혼의 아내를 꼬셔 신청곡 받고 음악을 틀어주는 맥주 바를 운영했다. 자주 가던 단골집 콘셉트를 그대로 물려받았고, 그 가게와 더불어 종로 보신각 거리를 음악의 성지로 만들고 싶었다. 물론 종로보다 더 일찌감치 둥지를 튼 홍대 등에 밀려 그 꿈은 일찌감치 접었지만, 죽기 전에 뮤직바 해보는 소원은 일찌감치 이뤘다. 언감생심 인연이 닿아 음악 관련으로 종이책도 한 권 써봤고, 전자책도 (시리즈지만) 네 권 써봤다. 무대에 서서 노래 부르는 건 코인노래방에서 달래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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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시대를 달리하는 저자는 그녀만의 삶의 호흡으로 음악을 공기 삼아 살아왔다. 내가 했던 시대보다 어쩌면 더 복잡하고 어지러웠던 정보의 범람이 주를 이루는 시대라 책 속 이야기가 살갑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만큼은 충분하게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바뀌는 유행과 흐름을 재빨리 캐치하고 이를 콘텐츠로 만들어 가는 분주함은 상상만 해도 벅차다. 스케일이 큰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나 특정 직업군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는 없어도, 음악이란 공통분모로 저자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해왔는지에 대한 묘사는 달콤하다. 더불어 음악 일을 하며 그녀가 접촉한 밴드의 이야기가 곳곳에 스며드는 것도 매력적이다. 다른 세대의 취향, 저자의 취향, 여러 음악들로부터 위로받고 힘을 받는 과정은 음악이란 예술이 주는 강점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방대한 분량은 아니기에 잠시 잠깐 머리 식히는 기분으로 접하면 좋을 책.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지금 시대 열렬히 활동하는 뮤지션을 좋아한다면 감칠맛 나는 책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아... 무대에 오르고 싶다. 쩝.


<책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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