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귀, 퀴리의 골수 ㅣ 수지 에지 ㅣ 이미정 ㅣ 타인의 사유
영원한 건 없다. 시작이 있는 모든 것들엔 끝이 있기 마련이다. 모든 음식은 만들어진 순간부터 부패하기 시작하고,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주 천천히 죽어간다. 죽기 때문에 삶이 가치가 있고, 끝이 있기 때문에 오늘이 의미가 있듯, 매 순간을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즐겨야 할지어다.
한때 의사들이 손을 자주 씻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사망에 이르렀다. 우연과 인연 그리고 연구와 공부의 결과물로 의학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현재보다 그 기술력이 현저히 낮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는 시체를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금은 장기기증 또는 연구의 재료로 쓴다지만, 그때는 앞서 나열한 경우들 외에 순수 보관과 부의 상징 등으로도 시체의 활용도가 높았던 것이다. 그것은 비단 인간의 몸 전체를 드러내는 시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신체의 일부, 이를테면 귀 혹은 음경 등에서 그러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하지만 그 놀라운 일들은 사실이었고, 이 책은 그 일들을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다루고 있는 대상이 유명인이고 역사 속에서 나름의 업적을 이룬 인물들이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는 소재다. 고흐가 자른 귀, 에이즈에 걸린 프레디 머큐리, 방사능에 노출된 퀴리 등의 사례는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온다. 유전병을 비롯 시대를 장악한 희귀병에 걸린 인물의 내용은 텍스트를 읽고 있음에도 혐오스러울 만큼 미간을 찡그리게 한다. 아인슈타인의 뇌가 왜 도둑맞았는지, 히틀러의 고환은 도대체 왜 그렇게 되었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들의 뻔한 삶의 궤적을 우린 그들의 업적을 통해 접했지만, 이렇게 속속들이 그리고 의학적으로 정확하게 들여다본 적은 없다. 솔직히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시대를 이루는 공기와 의학기술의 가치, 그리고 각각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영향력에 대해 부드럽게 한 움큼의 주제 의식으로 엮는다.
그 가운데 가장 놀라웠던 인물은 루이 14세였다.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란 말이 걸맞을 정도로 왜 그는 그토록 많은 질병을 온몸에 달고 살았을까. 한 국가의 국왕이란 자리, 70년간 국왕 자리에서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음에도 그가 지닌 병들은 그에게 있어 어떤 영향을 끼치는 외부적 요인이었을까. 류머티즘, 조울증, 체액, 누공, 불면증, 소화불량, 역류, 두통, 발열, 우울증, 비뇨기과 질환, 식은땀, 피부감염, 현기증, 감기, 복통, 치통, 통풍 등이 그가 받은 처방이다. 더욱이 다리 사이 종기는 그가 느낀 고통의 정점이라 할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을 만큼 혐오스럽기에 궁금한 분은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과거에 비해 의학기술이 발전해 우리는 무수히 많은 질병들에 노출되지 않고 미리 예방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비단 유명한 이들이라서 주목받을 필요는 없겠으나, 역사라는 인류가 걸어온 길에 벌어진 일들을 되짚어 본다면 앞으로 우리가 대비하고 또 이겨내야 할 질문들로부터 해답을 조금이나마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
언제 죽을진 모르지만, 죽는 그날까지 모름지기 건강하게 살다가 깔끔하게 죽는 그 순간이 가장 찬란할 것만 같다. 그러길 진심으로 바란다.
<책 자세히 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25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