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방학을 맞아 롯데월드에 갔다. 저질 체력 아내는 집에 모셔두었다. 이미 지난 2월 12시간 풀타임 놀았던 전적이 있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개장할 때 들어가 폐장할 때 나왔다. 14개의 놀이 기구, 두 번의 식사, 세 번의 간식을 즐겼다. 서서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접이식 의자를 3개 챙겨갔다. 아이들은 기다리면서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즐겼고, 나 역시 아이들 뒤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놀이동산까지 와서 왜 책을 읽냐고? 영화를 보면 좋지만 귀는 열어 두어야 할 것 같고, 게임은 취미가 없고, 달리 할 게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엔 오죽하면 폰에 담긴 사진을 모두 정주행하기도 했다. 같은 지루함을 반복할 수 없는 법! 그리하여 단 한 권의 책, <비개념원리>를 롯데월드에 갖고 오게 되었다.
끄덕거림보단 가로 저음이 많았고,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은 내용이 쉼 없이 이어졌다. 분명 책 표지엔 "대중음악비평집"이라 쓰였는데 어디에도 음악을 비평함은 느끼지 못했다. 아마 그것은 내 상식과 학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자책했다. 나중에 아이들 게임 시간을 살펴보니 12시간 놀이동산에서 5시간을 즐겼더라. 그 말인즉 나 역시 5시간 내내 책을 읽었다는 뜻이다. 물론 책을 끝까지 읽진 못했다. 페이지 넘김이 어려웠고, 그 안에 인쇄된 활자는 분명 한글이었으나 내용이 드러내는 바는 결코 쉽게 이해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넘긴 페이지를 다시 되짚었다. 이 정도로 이해가 안 될까? 괜한 오기가 생겼다. 하지만 서너 페이지에 한 페이지꼴로 난관은 봉착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그 뜻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알겠다. 왜 그가 책 제목을 이렇게 적었고, 약간의 비주얼로 자신의 의지를 어필했는지, 알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단순히 음악을 좋아하는 애호가가 읽어 가기에는 분명 어렵다. 이 세상에 나쁜 책이 있을까. 나와 안 맞는 책이 있을 뿐이지.
책을 읽다가 줄어드는 줄을 따라 의자를 질질 끌어가며 전진할 때의 내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귀엽기라도 하지. 실내 놀이공원이라 에어컨이 나왔으나 붐비는 인파가 내뿜는 열기를 감당하진 못했다. 책을 든 두 팔 사이로 줄줄 흐르는 땀을 몇 차례 목격한 해가 질 무렵부터는 책 읽기를 포기했고, 밤에 이르러서야 한결 시원해진 실내 공기 사이로 책을 다시 손에 쥐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놀이동산에서 책을 읽어봤다. 이보다 더 재미있는 책이었다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도 남지만, 이 책이기 때문에 한결 그 시간이 더 단단하고 굳어진 것만 같은 뿌듯함도 들었다.
책의 표지에 쓰인 얼마 안 되는 텍스트가 궁금한 당신이라면, 꼭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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