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 ㅣ 고레에다 히로카즈 ㅣ 권영주 ㅣ 비채
어난 모든 생물에게 부모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은 그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하지만, 때때로 여러 이유로 가족이 없는 이들도 있다. 부모님의 포근한 품을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단출한 세 식구의 풍경도 부적이는 대가족의 풍경도 모두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사회이자 절대적이자 완벽함을 갖춘 공간, 바로 가족이다.
나이가 들고 생각과 의견이 달라지면서 또한 경제가 개입되면서 가족의 형태는 여러 종류로 해체된다. 태어남과 죽음의 단순한 시점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이 드라마틱 하고 혼돈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가족의 형태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도 또 그것을 어떻게 해서든 탈피하고자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모든 이의 인생에 정답이 없듯, 저마다의 이야기는 그들 나름의 옳은 선택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처음 마주한 영화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였다. 짐작했던 대로 흐르지 않은 이야기가 독특했다. 무엇보다 대비되는 두 가정의 풍경에서 나는 사람 냄새와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후 그가 궁금해졌다. 늘 그랬듯, 그의 데뷔 작품부터 볼 수 있는 모든 영화를 섭렵했다. 가장 최근 관람한 <괴물>의 충격은 재관람 이후 글로 남기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책은 그가 프랑스를 배경으로 프랑스 배우를 출연시킨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촬영을 기준으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배우들에게 전하는 편지와 촬영 기록을 담은 일기, 그리고 그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의 감정, 무엇보다 영화 한편을 촬영함에 있어 고레에다 감독이 겪는 다양한 감정들의 크고 작은 일렁임 들이 시간의 순서에 따라 나열된다.
이미 그의 작품을 모두 관람한 뒤라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가 우리나라 감독이면 정말 좋겠다고 가끔 생각할 만큼 욕심나는 감독으로서의 매력이 책에 빼곡하게 담겨있다. 스토리보드, 각종 스케치, 촬영장에서의 묘사까지... 마치 <파비안 누에 관한 진실>의 제작 스태프가 된 것만 같다. 일찍이 그의 작품에 자주 출연했던 이제는 고인이 된 키키 키린의 책을 읽었을 때에도 배우의 시선으로 감독이 묘사된 적이 있었는데, 고레에다 감독의 성품 작품에서의 시선 그리고 그가 가족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법은 분명 가치 있고 소중한 것임에 틀림없다.
아직 그의 작품을 접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나침반이 된다면 좋을 마음으로 짧게나마 그가 만든 작품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이번 독서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물론, 내가 관람한 작품들만 소개한다.
<환상의 빛> 가족의 해체를 경험하는 여자의 감성을 너무 곱게 예쁘게 수묵화처럼 그린다.
<원더풀 라이프> 기억을 소재로 하는 작품은 언젠가 죽게 될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떠올려볼 즐거움을 선사한다.
<디스턴스> 감독의 다른 작품과는 분명 다른 공기가 흐르지만, 역시 관람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아무도 모른다> 가족의 이미, 가족의 해체,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어린이들의 슬픈 이야기. 실화를 바탕에 둔다.
<하나> 일본 정서를 모르면 다소 어려운 영화다. 발랄한 코미디가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직하다.
<걸어도 걸어도> 가족이 있다. 우리와 너무 닮은 소박한 풍경이다. 걸어도 지치지 않는 건 가족 덕분이다.
<공기인형> 배두나가 출연한다. 판타지가 가미된 즐거운 영화다. 물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담겨있다.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 이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을 경험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이런 개소리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가족만으로도 행복하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가족이 되고 또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네 자매의 이야기가 너무 아름답다.
<태풍이 지나가고> 고레에다의 가족은 가끔 이렇게 재미있고 위트가 넘칠 때도 있다.
<세 번째 살인> 디스턴스의 공기가 매력적이었다면 이 작품도 만족스러워할 것만 같다.
<어느 가족> 슬프고 메어진다. 가족이라는 단어에 던지는 고레에다의 질문은 너무 노골적이라 외면하게 된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영화의 흐름만 즐겨도 감독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맞힐 정도다. 그의 시그니처다.
<브로커> 송강호 사용법을 조금 더 알았더라면 좋았겠다. 한국의 정서에 깃든 고레에다의 목소리도 좋다.
<괴물> 의심하지 말아라.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그 순수함에 어른의 잣대를 가져다 대지 말자. 그대로 두자.
<책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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