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근대 괴물 사기극 ㅣ 이산화

근대 괴물 사기극 ㅣ 이산화 ㅣ 최재훈 ㅣ 갈매나무

by 잭 슈렉

감독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 시리즈 성공 이후 어릴 적부터 꼭 한 번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킹콩>을 리메이크했다. 최첨단 CG와 피터 잭슨 특유의 위트와 정공법이 녹아든 작품은 그야말로 내게 있어선 최고였다. 더욱이 킹콩과 공룡과의 격투 장면은 잊을 수 없는 긴박감을 느끼게 했다. 이미 어떻게 영화가 끝날지를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장 3시간에 육박하는 시간 동안의 두근거림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그야말로 괴물이 등장한다. 한미관계, 미디어의 왜곡, 정부의 기만 등이 어우러져 사회고발 영화로 더 깊게 남아 있지만, 어쩌면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가장 본격적인 괴물 영화다. 또한 그 괴물의 역할이 이야기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지를 우리는 경험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였다.


ai-generated-8794456_640.jpg


킹콩, 고질라, 에일리언, 프레데터, 온갖 종류의 공룡, 그렘린, 아나콘다, 거대 악어 등 영화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종류의 괴물이 등장했다. 때로 그것들은 돌연변이를 가장해 몸집만 키운 형태이기도 했으나, 가끔은 황당무계할 정도의 비주얼로 작가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끌어올린 이미지로도 드러났다.


아름다운 것만 보고 살아도 모자랄 시대, 왜 우린 그토록 괴물에 열광했던 것일까! 무려 4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 저자가 완성한 본 책은 제목부터가 발칙하다!! 근대, 괴물, 사기극이라니!! 결국 책에서 다루는 모든 것들이 사기극이라는 것을 표지부터 까발린 이 노골적인 공격성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또한 영화 <파묘>의 콘셉트 아티스트인 일러스트레이터가 한 페이지를 전면 할애하여 흑백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괴물의 입체감을 시각적으로 선사한다.


해괴망측할 뿐인 허황된 이야기의 괴물, 언젠가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괴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속고 마는 괴물까지... 무려 300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수십 종의 괴물이 등장한다. 아주 작은 크기의 벼룩을 시작으로 엄청나게 큰 바다괴물까지... 그림만 감상해도 오묘한 공포감과 두려움 그리고 긴장감이 엄습한다.


돌이켜보면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조작한 괴물에 왜 그렇게 열광했을까 싶다. 결국 그것은 우리가 지금 영화 속 괴물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심리와 같은 것이리라 감히 짐작해 본다. 평범하지 않은 것. 비범한 것. 자주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구태여 동물원을 찾고, 귀엽고 사나운 여러 종류의 동물을 관람하고 즐긴다.


ai-generated-7751714_640.jpg


특별한 징후 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어느 날 어떤 거대한 힘에 이끌려 한순간에 찾아온다면 그 주인공은 단연 괴물일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어떤 우연과 의도적인 조작에 의해서라도 현실에선 그런 괴물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라면 사람의 가죽을 쓰고 앞서 언급한 그 어떤 괴물 못지않게 악행을 저지르는 아주 못된 사람들과 집단들이 있다는 것이다.


오랜 식민 지배의 역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가난과 질병에 허우적거리는 여러 국가들... 종교와 이념을 내세우며 다툼을 끊이지 않고 이어가는 많은 나라 그리고 민족들... 모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단연 종교의 의미일 터, 하지만 독식과 세력 확장에만 목숨을 걸고 뻗치지 않은 영역이 없을 만큼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들까지... 그야말로 너무나도 많다.


사기의 허울을 뒤집어 쓴 역사 속 괴물과 영화 속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것들이 판을 치는 시대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우리 사람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 괴물만큼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 자세히 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560211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독서일기] 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ㅣ고레에다 히로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