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l 허남설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l 허남설 l 글항아리

by 잭 슈렉

지독하다. 오래된 것은 서둘러 허물기 바쁘고, 그 자리에 돈 되는 아파트만 지어댄다. 출산율도 세계적으로 바닥을 기어가는 수준에 1인 가구의 급증으로 곧 천만에 육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아파트를 지어댄다. 재건축, 재개발이란 단어는 익숙함을 넘어서 종교가 되어간다. 아파트 공화국. 부의 상징. 자산 증식의 도구. 제일 잘나가는 배우들이 아파트 광고를 하고, 그 아파트에 살면 인생도 그들처럼 빛나는 줄 알고, 동시에 그들의 광고료가 아파트 분양원가에 녹아들어 있는데도 죽자고 그리 산다.


아파트만의 문제는 비단 아니다. 도시도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 의식주 중에 가장 연관이 깊은 것이 주거공간이기에 연결고리가 다른 것들에 비해 가장 클 뿐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생겨나는 마천루. 복합 문화 공간. 쇼핑몰. 으리으리한 크기로 웅장함만을 자랑하는 건축물이 즐비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현상은 지극히 대한민국 중에서도 서울에 국한된 일이다. 다른 도시에서도 아파트를 필두로 고층 건물 짓기에 혈안이 되어 있으나, 서울은 이제 과부하를 뛰어넘어 역겨움과 기형적인 모양새로 점점 그 모양새를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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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고 있다. 40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서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히 기억과 추억 속에 새겨있다. 과거와 현재, 오늘과 미래의 공존을 담은 건축물 혹은 도시 개발은 손꼽을 수준이다. 그야말로 지우개로 쓱싹쓱싹 지우고 그 자리에 번듯한 아파트 또는 빌딩을 짓기 바쁜 것이 오늘날의 서울의 모습이다.


저자는 그런 서울을 쫓는다. 책은 서울을 '못생겼다'라고 지칭하면서 그 복잡한 공간을 '걷는다'라고 말한다. 사실 그 어느 도시보다 인프라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곳이 바로 서울이다. 경기도만 나가도 자가용이 없으면 살기 힘든 곳이 많으나, 서울은 솔직히 자가용 필요 없다. 과시고 허영이고 마치 그것이 행복의 잣대가 되는 양 소모된다. 주차공간은 날로 협소해지는데 차량의 증가폭은 어마 무시하다. 더욱이 4대강 운운하던 정권에서 면허 발급 프로세스도 쉽게 만들어 이른바 김 여사라 불리는 이들도 차를 끌고 나온다(비단 여자만을 놓고 하는 말은 아니다. 더욱이 노년의 면허 반납도 제도적으로 절실하다!)


서울에 마지막 남은 달동네 백사마을, 동대문 인근 창신동, 개발과 발전 그리고 보존의 여러 의미를 지닌 청계천, 세계의 기운을 모아보겠다고 대차게 시작했던 세운 상가 등 서울 주요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책에 가득하다. 건축 전공에 일간지 기자 출신의 저자는 직접 촬영한 사진과 더불어 앞서 나열한 공간들에 대한 소회를 아낌없이 펼쳐 놓는다.


왜 서울이 못생겼는지.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은 어떤지. 그 사람들이 숨 쉬는 공간 또한 살아있는 생물체로서 어떻게 유지되고 보존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응당 옳다. 엄밀히 말해 낡고 오래된 것을 무작정 보존하고 지키는 것은 효율적인 도시 운영은 아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유할 수 있는 대안과 고민이 뒤따라야 마땅하지만, 오늘날 서울은 그런 것은 1조차 기대할 수 없는 형국이다.


회색 콘크리트로 뒤덮인 공간. 아파트만 그야말로 줄기차게 끝없이 펼쳐진 녹조의 도시. 개발이랑 명목 아래 없애고 파헤치고 역사 속으로 꼭꼭 버려버린 무식한 시대를 우린 겪어왔다. 그리고 이제 2025년이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대한민국은 서울이고 서울이 대한민국인 마당에 뭐가 더 부족해서 자꾸 이렇게 개발에 개발에 개발을 울부짖는지 모르겠다. 불필요한 토목개발과 건축사업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것이다. 서울은 최소 50년간 그대로 둬도 무엇 하나 부족할게 없을 것만 같다. 서울에 투자할 50년의 시간과 비용을 서울 외 도시에 골고루 균등한다면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멋있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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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됐으나 자연스럽게 고풍 미가 느껴지는 빈티지와 레트로의 숨결이 깃든 서울의 모습. 그리고 그 속속 베어든 최첨단 산업과 문화의 시스템이 마치 끝없이 작동하는 무한동력의 그것처럼 펼쳐지는 도시. 나아가 경계를 마주하는 이웃 도시와 서울을 축으로 펼쳐지는 대한민국의 여러 도시들이 긴밀하게 협조하고 관계를 맺는 공통된 주제의식까지 우리는 기꺼이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집값이 내려간다고 소방서를 반대하고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이들에게도 적절한 교육과 환기가 필요할 것이다. 건설원가 공개와 투명한 분양가 책정, 무엇보다 선분양 후시공 따위의 되지도 않는 정책이 사라지고 1인 가구부터 여러 인원 구성의 가족들이 열심히 땀 흘려 번 돈으로 내 집 마련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자산증식과 투기의 목적이 아닌, 죽을 때까지 오래오래 살아갈 '내 집'으로서의 집의 가치관이 바로 잡히길 바라본다.


그만 좀 파자.

그만 좀 짓자.

징그럽다.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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