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우리는 늘 어떤 노래와 함께였다 l 장유정

우리는 늘 어떤 노래와 함께였다 l 장유정 l 종이와나무

by 잭 슈렉

기분이 좋으면 휘파람을 자주 분다. 오래전부터 불었던지라 제법 그럴듯한 소리로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노래를 부를 수는 없는 상황, 작든 크든 휘파람으로 짧게 마음속의 감정을 멜로디에 실어 연주할 때의 쾌감이 짜릿하다. 운동하러 가는 스포츠센터와 같은 건물에는 뮤지컬을 자주 올리는 공연장이 있는데, 오가는 길에 휘파람으로 <라라랜드>의 테마 곡 같은 멜로디를 부르면 주위 사람들이 익숙한 멜로디라 그런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소리의 진원지를 찾곤 한다. 그들 마음속에도 그 멜로디를 들었을 때의 감동이 고이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만 같아 괜히 기분이 더 흐뭇해진다.


책 한 권 손에 쥐어야 하고, 극장이나 화면을 마주하고 각 잡고 앉아 있어야 하는 것에 비해 음악은 확실히 간편하고 쉽다. 어디선가 흐르는 음악도 있고 스스로 불러도 음악이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부르지 않고 유명한 후렴구만 불러도 순식간에 음악이 갖고 있는 정서가 감정에 스며든다. 쉽고 빠르다. 무엇보다 음악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얼마큼이라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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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사학자라는 프로필이 다소 낯설지만 저자가 풀어쓴 이 책은 그야말로 여러 주제 아래 엮은 수백여 곡이 갖고 있는 음악의 힘을 증명한다.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시작점에 놓인 가수와 곡들로 포문을 연다. 그리고 가장 최근으로는 BTS 등 K 팝의 중심부까지 저자의 관찰력이 이어진다. 다소 방대한 시대를 어우르는 내용이라 독자층을 특정 짓기 조금 어려운 느낌도 들지만, 아는 곡은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이 되고 모르는 곡은 또 그 느낌으로만 가늠해 볼 수 있으니 제법 상상력도 자극하는 장점도 있다.


아쉽다면 각 주제별 할애된 페이지가 2장이 대부분이라 어느 곡 하나에도 깊이가 있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아는 건 알겠으나 그 외의 곡은 너무 난해하고 또 오래전의 시대를 근거로 둔지라 가늠하기 힘들다. 주제별 분량을 더 늘리고 시제를 기준으로 2권 또는 3권의 시리즈로 책을 엮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그만큼 음악에 대한 저자의 식견이 매력적이다.


짧게 엮었으나 노래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짧게 압축한 구성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날카롭다. 대부분의 꼭지별로 QR 코드를 삽입하여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친절함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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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듯, 음악은 노래는 늘 우리와 함께했다. 그야말로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의 모든 순간, 친구가 되어주었다. 화석이 될 정도로 익숙한 표현이지만, 음악이 있어 기쁨은 두 배가 되었고 슬픔은 반으로 줄었다. 그리고 그 결과 깊이, 폭은 더 방대해져서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순간이 늘어나고 있다. 추억해야 할 것들,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백 곡의 플레이 리스트도 아름답겠으나, 백번 넘게 들어도 좋을 단 한 곡의 애청곡을 마음속에 품을 수 있는 개인의 취향에 한 표를 던진다. 그 사사로운 취향의 밀알이 훗날 장르와 경계를 허무는 거대한 파도와 일렁임이 될 것이다.


삶의 모든 순간, 음악이 함께하기에 그야말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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