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1990년대 케이팝의 역사적 순간들

1990년대 케이팝의 역사적 순간들 l 현지운, 이종민 l 북코리아

by 잭 슈렉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관련된 주제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아주 긴 글을 쓰겠다고 늘 혼잣말로 다짐하는 것이 바로 1990년대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음악이다. 오랜 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나 드디어 문민정부가 들어선 직후 맞이한 90년대의 공기는 분명 달랐다. 그것은 또한 새롭게 열린 21세기의 최첨단의 결과는 다른 위치에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10대 전체와 20대 극 초반이 걸쳐진 90년대는 아무리 곱씹어도 평가해야 할 것들과 되새겨야 할 것들이 끝없이 넘쳐나는 시대다. 말을 아껴야겠다. 감당하기 힘든 분량의 글을 언젠가 시작한다면, 그때 지칠 때까지 지껄이도록 하겠다.


두 명의 대중음악 평론가가 만든 이 책은 '당신이 몰랐던 뮤지션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그럴듯한 부제를 지니고 있다. 유행이란 모름지기 돌고 도는 법, 하물며 이 공식이 전 세계라는 거대한 시장에 적용될 줄 꿈에도 몰랐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솔직히 얻어걸린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부터 시작한 - 물론 그 이전부터 태동했지만, 그야말로 본격적인 글로벌 히트로서 - 현상은 BTS를 통해 표적 사살이 될 정도로 명확해졌다. 무엇보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작된 <케데헌>의 우주급 히트는 단순히 음악 장르에만 국한된 인기의 현상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지닌 다양한 문화, 일상, 예술의 전반적인 분야로 확대하는데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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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걸출한 현상을 몇 뼘 거슬러 올라가면 마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1990년대이다. 어쩌면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 시대라 할 수 있는 바로 그 시대다. 음악이 산업화되기 직전의 순수함을 지녔고, 본격적인 산업화에 이르는 초창기의 시행착오를 모두 품었던 시기다.


두 저자는 모두 17명의 90년대 아티스트와의 인터뷰를 책에 담았다. 본격적으로 다뤄보자면 170명 정도에 육박할 시대가 바로 90년대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는 노릇. 결코 적지 않은 분량으로 17명의 아티스트에 대한 각각의 이야기가 책에 충분히 담겨 있다. 장르, 성향, 스타일, 활동 분야, 저마다 이룩해낸 것들이 이후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에 대한 청사진까지 한눈에 펼쳐진다.


아쉽다면 상대적으로 남자에 비해 여자 아티스트가 고작 두 명뿐이라는 점. 그리고 형식이 인터뷰다 보니 아티스트의 대답이 결코 부족하진 않았으나, 질문이 다소 평면적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어떠하리! 절대적으로 기록하는 체계가 현저히 부족한 우리나라 시스템에서 이런 책 한 권 만으로도 90년대를 가늠하고 짐작하고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하고 감사할 일이다.


목차에 따라 소개된 아티스트와 관련된 짧은 코멘트를 다루며 책 소개를 마친다.


김영석 : 지금도 감당하기 힘든 의료사고로 생을 마감한 신해철의 전부였던 넥스트에서 베이스를 담당한 그의 이야기를 통해, 신해철이라는 아티스트의 캐릭터, 넥스트의 숨겨진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원준 : 외모에 가려진 음악성 있는 아티스트, 산업적으로 접근 만들어진 최초의 아이돌이 바로 그였다는 사실.


김현철 : 넉넉하지 못한 형편으로 악기 하나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어린 날을 떠올리면, 그의 유년기는 절대적으로 부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그의 재능은 독보적으로 그만의 것이다.


김진표 : 랩이라는 장르를 본격적으로 절대적으로 독립된 장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아티스트로서의 흔적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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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 그가 없었다면 90년대 발라드는 지금보다 최소 3분의 1은 사라졌으리라 본다.


김창환 : 그의 결과물은 내 취향은 아니지만, 분명 댄스 시장에서의 그의 역량은 가히 빌 게이츠 급이다.


신철 : 라디오 DJ만 알았지 클럽 DJ는 잘 몰랐는데 이 책 덕분에 그 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접근이 이뤄질 수 있어서 좋았다.


윤상 : 서면 인터뷰라니! 그의 성격이 짐작되는 부분이다.


이상은 :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윤일상 : 김형석의 3분의 1 지분만큼 윤일상의 지분도 3분의 1이 맞다.


이주노 : 춤에 대한 그의 열정은 베토벤 저리 가라다.


정태춘 : 그가 이룩해낸 업적은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범 대중적으로 제대로 평가되리라 믿는다. 나 또한 그 평가의 서사에 참여 노력하여 돕고 싶은 마음이다.


최경식 : 그토록 좋아하던 영화음악 드라마 음악에 이런 비화가 숨어있다니!


조관우 : 형의 <늪>은 정말 충격이었어!


크라잉넛 : 같이 클럽에서 숨넘어갈 때까지 헤드뱅잉하던 시절이 아직도 생생하다. 영원하라! 조선 펑크여!


하광훈 : 남은 90년대 발라드 3분의 1은 이 형 것이다.


히치하이커(지누) : 롤러코스터 음반 몹시 좋아한다. 가장 마지막에 가장 소박한 레코딩의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절묘했다.


<책 자세히 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23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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