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가요무대>를 즐겨보신다. 평소 그런 질문을 하는 분이 절대 아닌데, 언젠가는 한번 저런 건 어떻게 보는 거냐고 내게 물으셨다. 방청 신청해서 뽑히면 되는 거라고, 신청해 봐 드릴까요라고 말하니 거절을 안 하셨다. 그렇게 서너 차례 신청을 했고 드디어 방청 기회를 얻었다. 모두 4명까지 방청이 가능하여, 어머니를 제외 이웃 세분과 동행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어머니 어깨에는 왠지 약간의 힘이 들어간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후 <가요무대> 방청은 두세 차례 더 이어졌다. 너무 오래 기다린다. 재미는 있는데 생각보다 지치더라. 그리 마무리가 되었다. 이후 <국악한마당>도 관심을 두셨다. <가요무대>와 다를 바 없어 방청 신청을 했고 단번에 뽑혔다. 다녀오시고는 국악도 좋지만 <가요무대>가 더 재밌더라 하셨다. 대중가요와 국악의 차이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좋은 거, 안다. 국악이 어디 안 좋을까. 기록으로 잘 남아서 그렇지 클래식보다 국악이 더 짜릿할 때가 있다. 다만, 그 익숙함이 자주 깃들지 않는 아쉬움이 든다. 초중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TV 프로그램에도 공연, 영화, 각종 이벤트에도 국악의 입지는 생각보다 넓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환승역 안내 음악 등 일상생활 구석구석 국악은 깊게 스며들어 있다. 너무 익숙해서 외면하게 되는 것일까? 두드러지지 않아 그렇게 밋밋하게 흘러가는 것일까. 등잔 밑이 어두운 느낌이다. 파랑새는 멀리 없는데 말이다.
어머니께서 점심 도시락을 싸기 싫어 보낸 국악중학교에서 저자의 국악 인생이 시작된 소개 글이 재밌었다. 자신의 소개 글을 이렇게 풀어나가는 사람이라면 본문도 재밌을 거라 기대했고,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40개의 소주제로 일목요연하게 국악을 정리했다. 이것은 마치 2025년 기준 국악을 친근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다뤄주는 일종의 국악 사전이라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틈틈이 등장하는 QR코드는 지면에 활자로 인쇄된 책의 한계를 뛰어넘는 채널로 충분하다. 그렇게 책을 읽는 3박 4일간 국악이 내게 스며들었다.
연주 성격과 장소에 따른 구분, 그에 따른 악기 편성과 의상의 설명을 시작으로 다양한 국악 악기에 대한 친근한 이해가 달콤하다. 더욱이 국가별로 시대별로 달리한 국악의 연대기와 오늘날 대중가요처럼 불린 보편적 국악의 장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뛰어난 뮤지션의 재능을 갖고 국악을 만들고 또 범용화하는데 일조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가장 놀랍고 또 소중한 지식이 아닐 수 없다.
<서편제>라는 기념비적 영화를 시작으로 대중음악에서도 국악과의 접목은 늘 이어져왔다. 김수철이란 천재 기타리스트의 업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났고, 너무 무섭고 두려웠지만 듣는 내내 묘한 쾌감을 느낀 황병기의 <미궁>도 떠올랐다. 순수 국악이 어렵다면 크로스오버된 장르로 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렵다면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나아갈 필요가 있다.
사는 곳 가까이에 국립극장이 있다. 국악 공연도 물론 자주 열린다. 그에 비해 관람 횟수는 거의 밑바닥이지만 가끔 엉겁결에 국악을 접할 때면 그 소리, 그 톤, 그 결에 눈을 감게 된다. 서양 악기가 나쁘고 국악 각기가 좋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국악 악기에 스며든 오묘한 자연의 숨소리가 가끔 느껴지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내년이면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 100주년이다. 근현대사에서 대한민국 정서의 고유성과 결집력을 이보다 더 절실하게 표현한 곡은 없지 않을까. 상징적인 작품일 수밖에 없는 <아리랑>의 탄생 100주년과 더불어 노래 <아리랑> 그리고 여전히 큰 관심과 애정을 누리고 있는 국악이 보다 더 적극적인 사랑과 관심을 받기를 바라본다.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전 세계적인 열풍에 힘입어 물이 들어오고 있다.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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