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오스틴·코펜하겐·서울에서 발견한 빛나는 생각들 l 효형출판
여행만큼 짜릿한 일이 또 있을까?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맘껏 즐기고 돈 쓰면서 새로운 것을 맞이할 때의 그 쾌감! 더욱이 그곳이 내가 사는 곳보다 더 세련되고 매력적인 공간이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던가. 뭐든지 길어지면 지루하다고 여행도 그럴 수 있을까 싶겠으나, 아직 그럴 만큼 다녀본 적이 없는지라 그저 가슴속에 '여행'이란 두 글자만 품어도 이유 없이 심장이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나댈 따름이다.
도시의 매력이란 무엇일까? 고즈넉한 휴양지에서 만끽하는 느림의 미학도 물론 좋겠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시설 그리고 인프라가 갖춰진 도시 저마다의 매력은 도시에 있다. 더욱이 그곳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기가 가득 채워져 있어 또 다른 결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도시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이상 성장한 곳이기에 별다른 단점 없이 일상의 많은 요소들이 충분히 수렴됐음을 짐작게 한다.
도시와 건축을 전공한 세 명의 저자가 우연히 나눈 담소를 시작으로 이 책의 주제는 정해졌다. 그리고 각기 저마다 경험한 도시를 한 곳씩 다뤘다. 넉넉한 분량은 아니지만 충분히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분량의 재료를 사용했다. 더욱이 그들 셋이서 마지막에는 서울을 이야기한다. 기승 전 서울의 구조는 서울을 다시 한번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에 충분하다.
또한 책은 각각의 도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테마파크 같은 런던, 나다움을 지킨 오스틴, 소확행의 코펜하겐, 빨리빨리 문화의 서울... 짐작이 되는 부분도 있고 의아할 수도 있겠으나 이 함축적인 단 한 줄의 가이드라인은 본문을 궁금하게 하는 매력적인 문구다.
책을 통한 여행, 그렇게 시작했다.
먼저 런던이다. 유럽에 위치한 섬나라 영국의 수도다. 도시의 테마파크와, 정돈된 개성, 자존감의 장소 등 총 3개의 소주제로 런던을 그린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인만큼 전통을 간직한 채 다양한 인프라와 꼼꼼하고 세심한 이용자의 배려를 자랑한다. 특히 도시를 이루는 구조적 패턴을 테마파크와 비교하는 부분은 읽는 내내 런던을 꼭 가고 싶게 만들었다. 디즈니랜드도 아직 못 가봤는데, 런던을 간다고 그 맛을 알겠냐마는! 런던은 분명 매력적인 도시가, 맞다.
이어 오스틴이다. 아름다운 나라 미국의 텍사스주 주도인 도시로 어쩌면 썩 익숙하지 않은 도시다. 이상한 도시, 하나의 커뮤니티, 정착의 종착점이란 소주제가 이어진다. 도시의 정체성이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지 그 매력의 설명하는 방식과 결과물이 맘에 든다. 미국의 특징은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공존시키는 노력인데, 이는 오스틴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국가이긴 하지만, 미국이란 국가 그리고 각 주마다 추구하는 방식에 대한 체계성은 분명 우리도 배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북유럽 국가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이다. 휘게의 도시, 공적 공간의 공유화, 기후 대응 도시 설계는 많은 공감과 이해를 이끈다. 특히 친환경적인 도시 설계와 어른과 아이들 모두 맘껏 즐길 수 있는 공공의 놀이시설과 휴게시설은 코펜하겐의 전면에 드러내도 좋을 가치다. 선명한 색, 공격적이지만 날카롭지 않은 의도, 도시를 꾸미고 디자인하는 손길은 부러워 죽을 정도로 멋스럽다. 도시 디자인 따위 1도 없는 서울을 떠올려보면, 비교 대상으로 두기에도 어마 무시한 공간이다.
끝으로 서울이다. 앞서 세 도시를 소개한 저자 세명이 각각 하나의 주제를 다룬다. 인심 좋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신뢰의 척도가 높은 서울을 표현하는 안전한 서울은 나 또한 살고 있는 서울을 든든하게 만든다. 케이팝의 장소화라는 두 번째 소주제는 최근 급부상한 대한민국 문화의 위대함과 서울을 절묘하게 접목시킨다. 아쉽다면, 대한민국 문화가 대한민국 국토 전반에 걸쳐 부드럽게 흐르면 좋을 것만 같다. 끝으로 절박함의 유산으로 빨리빨리 문화를 소개한다. 이 세상 모든 일엔 장단점이 있겠으나, 빨리빨리 문화야말로 대한민국의 오늘을 이룩해낸 근거 있는 뚝심이다. 그 속도감 사이 여유와 쉼표를 교묘하게 숨기길 바란다. 그 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가치에 대한 존중이 총총 총 뿌려지길 바란다.
맺음말의 제목이 탁월하다.
"유토피아는 '완성된' 공간이 아닌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시민의 관심, 개인의 노력, 집단지성의 양보를 통해 도시는 더 좋아진다. 양보는 손해가 아니다. 오늘만 보고 최선을 다하되, 내일의 도시를 위한 준비도 함께 이뤄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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