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강렬한 굿판, 음산한 분위기.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한 정확한 제시와 선명한 메시지는 분명 <파묘>가 일궈낸 성과는 또렷한 족적을 남기기 충분하다. 하물며 굿, 미신 등의 토속신앙과 함께 대한민국 근 현대사의 아픈 과거와 지울 수 없는 흔적을 함께 버무린 것은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파묘>는 한국적인 오컬트 장르로서 어쩌면 첫단추가 될 수도 있는 분기점에 서 있다.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은 우리가 흔히 봐오던 다른 것들과 닮은 점에서 차별성이 없었다면, <파묘>는 지극히 '우리의 것'에 깃든 정서가 몹시 깊게 뿌리내린 영화다. 그마저도 전통일 수 밖에 없기에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미신과 토속신앙에 대한 반추도 분명 반갑다.
허나, 최근 들어 한 작품에 두개의 이야기가 직렬로 연결된 구성을 자주 보게 되는 데 이또한 <파묘>에서도 몹시 닮아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유사 작품으로는 <헤어질 결심>이다. 마치 1부와 2부, 전반전과 후반전이 있는 것처럼 영화의 흐름에서 두 이야기는 직렬로 매끈하게 뻗어 있다. 물론 작품에 녹아든 여러 설정과 복선은 병렬로 개연성을 지니고 있지만, 앞에 한 시간 그리고 뒤에 한 시간을 따로 봐도 완성도가 높을 만큼 한 작품 속 두 이야기에 대한 편집은 어쩌면 유행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파묘>도 마찬가지다. 친일파 집안의 묘를 통해 소박한(!) 메시지를 전반부에 전했다면, 후반부는 그 묘로부터 시작되는 닮았으나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제법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전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왜 때문일까.
일제강점기. 친일파. 광복 등의 키워드와 지난 100여 년의 시간을 갖고 한국적인 공포를 분명 보여줬다.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화면에 그을리듯 등장하는 귀신 할아버지는 분명 무서운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보다 더 오래전 그리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가닥을 잡았으나 도깨비불과 정령으로 대변되는 실제 존재하는 귀신을 등장시켜 공포보단 기괴함에 초점을 둔 느낌이 든다. 우악스러운 괴물이랄까. 500년이나 땅속에서 제 역할을 착실히 해온 그 실체의 등장은 그 전까지 느꼈던 공포감의 결을 완전히 바꿔놓게 된다.
'한 맺힌 귀신'이라는 설정으로 2시간을 끌고가기 부족했다면 <고스트 버스터즈>처럼 똘똘뭉쳐 귀신을 물리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병립으로 대치시켜 다소 느린 하지만 깊고, 기괴하거나 잔인함 보단 말 그대로 <전설의 고향>느낌의 공포를 다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장르가 살짝 달라진 느낌도 안타깝다. 물론 이런 좋은 작품을 즐기게 해준 관계자 분들에겐 늘 감사드린다. 얼마만에 심장 쪼그라들면서 2시간을 숨죽이며 봤는지 모른다. 무서워하면서도 결국은 찾아 보고, 보면서도 무서워서 눈을 질끈 감게 되는 공포라는 장르가 주는 찬사를 나는 <파묘>에 감히 던지고 싶다.
다소 익살스럽게 끝나는 엔딩 장면은 이 네명이 다음엔 또 어떤 묘를 건드릴지 짐짓 기대하게 만든다. 시종일관 극중 결혼을 앞둔 최민식의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했던 마음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말끔하게 사라져 다행이다.
<파묘>는 굉장히 많은 가능성들을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 또렷한 복선으로 작용하는 주인공들의 자동차 번호와 이름부터 이야기가 역사와 애국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실제 현상으로 보여준 것이다. 또한 배척당하고 소멸될 수 밖에 없었던 역사의 일 부분이었던 미신, 토속신앙에 대한 반추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종교를 떠나 새차를 사면 고사를 지내고, 일상 생활에서 누구나 갖고 있는 미신에 가까운 습관 혹은 금기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통해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하고 있으나, 전면에 드러나지 않은 정서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종합병원 1인실 병실이 그토록 방음이 잘되는지 영화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됐다.
아? 알아... 안다구... 쫌! 미안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