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현, 유수진 ㅣ 애플북스
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 21세기 신인류, 플랫폼 노동자들의‘별점인생’이야기 ㅣ 유경현, 유수진 ㅣ 애플북스
'직업에 귀천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도 있다.
20여년 전만 해도 제법 고개가 끄덕여졌던 말들이 21세기가 시작된지 20년이 훌쩍 지난, AI 인공지능이 범람하는 시대에는 자뭇 수긍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평생직장'이란 말도 '장인정신'이란 말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하나의 직업에 만족하지 못한 채 유랑하듯 떠돌아 다닌다. 물론 철밥통을 꿰찬 특정 소수는 그렇지 않다 할 수 있겠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고충은 적잖게 있으니 어느 한 곳 몸 붙이고 맘편히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라고도 일컫고, 쉽게 말하면 아르바이트도 직업도 아닌 그 애매모호한 중간의 지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서는 다룬다. 철저하게 분업화된 시스템 속에서 말 그대로 '일 만'하는 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노동력 대비 급여, 그리고 그 급여를 수시로 더하고 빼는 소비자의 별점에 대한 압박감이다.
똑같은 일을 해도 별점을 다섯개 받고 두개 받고의 차이는 통장에 입금되는 금액으로 드러난다. 친절한 서비스와 인사와 함께 설문조사 전화 받으시면 별 다섯개 부탁드린다는 가전제품 AS 기사님의 말에는 우리가 미처 모르는 노동자의 비애가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배달 어플.. 반려견 산책.. 건물 청소.. 대리 운전..
노동을 구현하는 시스템도, 그 서비스를 받는 고객도, 그리고 그 사이에서 노동을 온 몸을 다해 제공하는 사람도 다같은 사회의 구성원인데 별점에 굽신거리고 눈치보고 1초가 멀다하고 스마트폰에 뜨는 주문을 먼저 선택하기 위해 정신력을 소모해야 하는 현실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컫는 인공지능이 만드는 세상은 과연 우리가 더 편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일까. 하물며 햄버거 매장에 보기좋게 줄지어선 키오스크를 작동하는 것도 마땅치 않은 세상이고, 제품이 궁금해서 고객센터에 전화걸면 챗봇으로 연결하는 메시지만 무한반복으로 등장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명이 몇달에 걸쳐 만든 영화 한편이 평론가의 20자평과 별점으로 흥행의 판도가 바뀌는 경우도 더러 있는 모습을 보면, 노동자에게도 그 별점을 매겨 수입을 달리하는 구조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당하고 올바른 구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바른 마음으로 업무에 진심으로 매진하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CCTV를 스마트폰 속에 매립해 버렸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주문을 선택하기 위한 무한 경쟁 속에서 별점에 허덕인다.
노동의 본질과 직업정신에 대한 의미해석은 이미 더는 쓸모 없어져 버렸다.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 단언컨대 불편했으나 지금보단 한결 더 풍요로웠던 과거보단 - 결코 비관적일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노동을 이어간다.
그 노동의 중심에서 땀흘렸던 사람들의 인터뷰와 스케치가 책에는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아 읽어나가기 편안하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지금 시점에. 나만이 아닌 타인과 우리 모두를 떠올려볼 여유가 있다면 충분히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다.
<책 자세히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