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고 미래를 혁신하는 빅데이터의 모든 것 ㅣ 조성준ㅣ21세기북스
삶을 바꾸고 미래를 혁신하는 빅데이터의 모든 것 ㅣ 조성준 ㅣ 21세기북스
21세기북스가 시리즈로 내놓는 '서가명강' 시리즈는 서울대에서 들을 수 있는 명강의를 책으로 옮겼다는 취지에 어울리는 충분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다양한 주제도 주제이거니와 충분히 심도 있으면서 너무 어렵지 않은 흐름이 읽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비단 그곳이 서울대라 그런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호기심이 있었으나 선뜻 나서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머뭇거렸던 주제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비단 독서가 주는 즐거움을 궁극에서 느끼게 해주는 필수조건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지금까지 읽은 서가명강 시리즈에 대한 독서 일기도 훗날 다시 되짚어보고 싶은 욕심도 살짝 피어오른다.
이번 주제는 '빅데이터'다. 그리고 저자는 그 속에서 인공지능까지 언급한다. 이제는 흔해져버린 단어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생소하기 짝이 없던 영역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지 이제 겨우 십 여 년, 인터넷이 가정에 보급된지 삽십 여 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우리는 미처 체감하기 힏들 정도로 몹시 빠른 과학과 시스템의 발전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걷다가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어정쩡한 모양의 로봇은 박물관에나 있을 법하다. 제조현장 및 요식업에도 로봇이 등장한지 오래다. 하물며 사람들이 소비하는 모든 기록은 카드회사를 통해 데이터로 수집된다. 페이스북 등과 같은 SNS 및 쇼핑몰 등에서 그들이 어떤 제품에서 얼만큼 머뭇거렸는지 또한 데이터화 되어 마케팅에 활용된다.
분량의 문제겠지만 책에서도 그렇게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은 '빅데이터'로 만들어진 이 사회의 단면은 생각보다 치밀하게 조직적이고 유기적으로 운영된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일 뿐. 물론 저자는 빅데이터로 인한 미래가 밝거나 어둡다고 단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그것은 현재진행형이고 아직 벌어지지 않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독자로서 책을 마주한 뒤 떠오르는 장면은 기대보단 두려움이 조금 더 많이 깃든다. 일일이 우리의 정보들이 노골적으로 노출되고 이용되면서 결국 우리 모두가 대기업과 자본의 영악한 계획에 맞춰진 채 움직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것은 마치 <매트리스>속 가상세계의 모습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풍경은 아닐까. '네오'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스카이넷'과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지구라는 행성을 뒤덮은 자본주의라는 제도 아래 더 높은 수익과 더 빠른 수익을 쫓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목적성일 것이다. 더 높은 연봉, 더 안락한 휴가를 위해 우리는 공부하고 일하고 또 매진한다. 하지만, 주객전도라고 더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들이 한낱 눈에 보이는 숫자들 앞에서 사그라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재를 바라보면 감히 그 속에 감정을 개입하기 두려울 정도로 겁이 난다.
거스를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멀리 와버린 느낌. 열심히 책을 읽고 가족을 사랑해야 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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