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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 슈렉 Mar 23. 2024

[독서일기] 극장 앞에서 만나 ㅣ 신승은 ㅣ 오월의 봄

영화를 주제로 하는 책은 영상매체인 영화를 글로 읽는 즐거움을 준다. 내가 본 영화를 다시 어루만지는 기분과 미처 보지 못한 영화를 기대하게 하는 즐거움까지 함께 맛볼 수 있다. 또한 저자가 누구이냐에 따라서도 결이 다른 재미가 있다. 영화평론가, 심리학자, 환경운동가 등에 따라 같은 작품도 해석과 리뷰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번에 읽은 책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영화감독인 젊은 작가의 책이다. 그는 '교차와 연대의 영화들'이란 부제에 맞게 성소수자와 여자, 아이들에 대한 영화들을 책에 담았다. 관람하지 못한 작품이 꽤 많았기에 흥미가 생겼다. 흥미만큼이나 페이지는 쉽게 넘어가지 못했다. 못본 작품이기에 작가의 글줄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자와 아이들에 대한 부분은 격하게 동의하나 성소수자에 대한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현상을 받아들이는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존중은 하나, 내게 묻는다면 나는 싫다고 말하는 지점까지가 내 견해다. 


그리하여 성소수자를 건너 뛰고 여자와 아이들을 다룬 작품 중 관람하기도 했고 인상깊게 본 작품을 잠시 언급한다. 


20세기에 만들어진 <개같은 날의 오후>는 여러 캐릭터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당시 사회가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코미디 장르를 빌어 표현한다. 당시 핫했던 정선경을 비롯해 관록의 연기를 보여주는 중견 여배우들도 출연한다. 근래 들어 여자로만 혹은 다수의 여자들이 등장하는 작품이 거의 없는 점을 보면 그마저도 신선한 파격이라 생각된다. 


작년에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밀수>가 50대 여배우 2명이 더블 주연한 한국 최초의 영화라고 하니 할말이 없을 정도다. <서울의 봄>에 여자가 등장하지 않아 서운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건 넌센스고... 여자들의 이야기. 아니 어쩌면 이 마저도 차별을 위한 차별이 될 수도 있을까. 이유불문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것은 맞다. 


이어서 2차 세계 대전 당시 실제로 있었던 여자 프로야구 이야기를 다룬 <그들만의 리그>도 꼭 한 번 관람하면 좋을 작품이다. 톰 행크스가 감독으로 등장하고 마돈나와 지나 데이비스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전쟁터로 끌려나간 남자들을 대신해 상품으로 소비되는 여자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속에 남자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꿈과 욕망이 꿈틀거림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집이 있으나 없는 것 같고, 곧 집이 없어질 마당에 놓은 아이들이 등장하는 <우리집>도 눈 여겨볼만 하다. 어른의 역할, 아이들의 역할,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어린이가 담당해야 할 지점에 대해서 영화는 차분하게 들려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짐작할 수 밖에 없는 나쁜 일이 얼마나 생겨야 하나 걱정이 가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아이들의 성장을 응원하고 격려한다. 


갓 개봉한 신작을 보는 재미도 분명 있겠지만, 개봉한 수십년이 된 하지만 여러 이유로 미처 보지 못한 과거 작품을 다시 보는 재미는 너무나도 짜릿하다. 오래되었다고 촌스럽지 않고, 낡거나 시시떨떠름한 이야기를 다루지도 않는다. 성소수자와 여자 그리고 아이들은 언제나 우리 사회에서 함께 공존하고 지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작가는 그들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책을 읽는 동안 나 또한 책장을 넘기는 행위로 그들에게 침묵의 격려를 전했다. 관심을 갖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첫번째 일일 것이다. 


<책 자세히 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689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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