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ㅣ 리사 크론 ㅣ 웅진지식하우스
고백하자면 '끌리는'을 '꼴리는'으로 읽었다. 도서관 신간 코너에 있었고 뭔가 음흉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 같아 냉큼 집었다. 큰 기대를 한 만큼 내용은 좋은 이야기를 쓰는 몹시 건조하고 너무나 도덕적인 이야기들로 가득찼다. 하지만 지극히 뻔한 그 방법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방향성과 일치하니 묵묵히 읽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때때로 우린 성공하는 법, 시간을 아끼는 법, 자신을 잘 관리하는 법 등의 책들에 흥미를 갖곤 한다. 그것이 마치 유행이라도 된 듯 몇년간 징그러울 정도로 반복된 시기도 있었다. 나 또한 학창시절에 적잖이 관심을 뒀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들은 여전히 서가에서 살아남고 있다. 막상 읽어보면 별거 아닌데, 읽기 전엔 제법 궁금해 보이는 주제가 틀림없어 보인다.
본 책도 그런 면에서 비슷한 류의 책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지루할 만큼 반복적인 설명을 자제하고 제법 일목요연한 포인트를 기준에 맞춰 나열해준다. 그리 길지 않은 예시문에서는 정확하게 구분되는 형태의 다름을 비춰준다. 과연 그것이 좋은 이야기를 쓰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될지는 모르나 읽고 있는 순간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제는 치매에 걸려 인생 말미에 고생을 하고 있는 브루스 윌리스 배우의 공전의 히트작 <다이하드>를 서너차례 소환하여 영화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구조가 실제 작문을 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언급도 흥미로웠다. 사소한 복선과 장치들이 이후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특히 영화속 주인공의 목적의식과 그 목적이 갖고 있는 명분성이 어떻게 작용되는지 등은 눈여겨볼만 하다.
각 챕터별로 잊지 말아야 할 포인트를 복습해주는 부분, 그리고 챕터가 시작하기에 앞서 어떻게 내용을 언급할지에 대해 개략적으로 설명해주는 부분까지도 체계화된 느낌이 든다. 읽다보면 너무 뻔해서 '칫!' 할지 모르지만, 불필요한 장치를 생략하고 꼭 필요한 복선을 두는 등의 모든 작업은 결국 '독자의 흥미'를 위한 작가의 노력을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다.
등장인물이 서로 속고 속여도, 복선과 암시와 반전이 밥먹듯 등장해도, 한페이지마다 온갖 거짓말이 능수능란하게 펼쳐져도! 결국 작가만큼은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는 지극히 평범한 명제도 책은 거론한다.
아주 오래전에 중편 소설 분량의 원고로 어느 공모전에서 입상을 했었다. 당시 할일이 없어서 며칠을 술독에 빠져 쓰는둥 마는둥 끼적였던 것이 운 좋게 뽑혔던 것이다. 다시 읽어보기도 민망할 만큼 졸필에 어처구니 없는 설정들이 난무했지만 그래도 '시작과 끝'을 맺었다는 부분에선 나름 의미를 둔다.
이후 아무리 짧은 단편 소설이라 할지라도 마무리 짓는 것이 무척 곤욕스러웠다. 2장 분량의 에세이는 어떻게 흉내라도 내보겠지만, 가상의 이야기를 꾸며 기승전결을 만드는 일은 말 그대로 내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멋진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소설을 만들어내는 작가들에겐 늘 가슴 깊은 찬사와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이 책이 예비 작가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마음으로 도서관에 반납하기 전에 얼른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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