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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 슈렉 Apr 14. 2024

[독서일기] 최재천의 곤충사회 ㅣ 최재천 ㅣ 열림원

동물 세계를 다룬 이야기 중 곤충 분야는 늘 두근거림의 연속이었다. 덩치가 큰 포유류나 상상만 해도 이미 숨막혀버린 바닷속에 비해 작은 규모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치 영화 <벅스라이프>를 책으로 읽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최재천의 곤충사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저자는 개인적인 경험과 '곤충'이라는 주제를 범사회적으로 풀어나갔다. 제목이 왜 '곤충사회'로 지어졌는지 수긍이 되는 부분이다. 다급하지 않은 느림의 미학,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와 우연의 연속은 곤충에게서도 그리고 그의 인생에서도 펼쳐졌다. 


특히 개미라는 어쩌면 가장 친숙하고 또 동시에 신비로운 곤충을 중심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진작 알고 있었던 상식과 선입견을 통렬하게 깨트려 주었다. 몇가지 사례를 전하자면, 나뭇잎을 주워 모으는 이유는 그 나뭇잎을 먹기 위함이 아닌 나뭇잎을 더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 버섯 농사를 짓기 위함이라 한다.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농사를 짓는 동물은 개미, 흰개미, 그리고 인간 단 3종이라고 하고, 개미의 농사 역사는 인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몹시 길다.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자손에게 여러 형태의 유산을 남기는 벌과는 달리 개미는 아주 쿨하고 깔끔하게 유산 따위 없다고 한다. 인생은 모름지기 자수성가란 말인가. 철저한 개인주의 그리고 독립성이 강한 개미만의 DNA는 비슷한 패턴들이 반복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일궈내고 있는 왕국의 형태와 운용되어가는 시스템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각각의 개미들이 스스로 깨우치고 행동하는 본능에서 기인하고 있다. 


지구가 만들어진 이후 벌어진 환경 변이, 그리고 최근 인간이 만들어낸 자연재해, 저출산과 코로나 등의 바이러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특히 전세계 포유류의 반을 차지하는 쥐와 남은 반의 반을 차지하는 박쥐의 비율을 놓고 본다면 박쥐와 쥐로부터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라는 저자의 말은 '그래 맞아!'라고 무릎을 칠 수 밖에 없다. 


저자만의 고민이 풀어놓는 다양한 해법과 이야기는 그야말로 곤충과 더불어 사는 인류의 한없이 짧은 이기적인 욕심을 고스란히 비춰준다. 그래 맞다. 나 또한 어릴적 이유없이 개미를 손으로 꾸욱... 눌러 죽여본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 그런 경험 단 한 번 없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그런 약간의 죄책감으로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곤충사회'를 여행했고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사과를 전하게 되었다. 


3개의 챕터로 이뤄졌고 각각의 챕터가 시작하는 곳에는 자연을 닮은 초록색 종이에 인상적인 글귀가 담겨져 있다. 큰 의미 없이 넘긴 페이지는 해당 챕터가 끝나면 나도 모르게 다시 거슬러 올라가 두세번 반복하며 읽고 그 의미를 눈과 혀로 곱씹게 되었다. 더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없기에 해당 챕터의 글귀를 옮겨본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겸손해지고 보존해야 할 것이다.   


    생명은 한계성도 지니지만 영속성을 지닙니다. 지금 지구에 존재하는 이 많은 생물은 전부 하나의 조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거죠.

    우리가 홀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나와 개미가, 나와 은행나무가 다 한 집안에서 왔다는 겁니다.

    태초부터 인간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 이 모든 생물이 존재했던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자연에서 우린 정말 많은 힌트를 얻습니다.

    자연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잘 들여다보고 우리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이것 역시 호모 심비우스의 정신입니다.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서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까요?

    저희 생물학자들의 걱정은 이번 세기가 끝나기 전에 지구의 생물다양성 절반 정도가 사라질 것 같다는 겁니다.

    지구의 동식물 절반이 사라질 때 과연 호모 사피엔스,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책 자세히 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269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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