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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 슈렉 Apr 27. 2024

오! 나의 여신! 김윤아 5집 [관능소설]

https://hottracks.kyobobook.co.kr/ht/record/detail/8809314515987


홍대 클럽 신의 태동 기와 절정을 모두 경험한 세대로서 김윤아라는 아티스트는 내게 늘 독보적인 존재였고 의미였다. '미운 오리 새끼'를 시작으로 오랜 기간 그리고 현재까지도 '자우림'의 멤버로 활동하는 그녀의 다섯 번째 앨범이 발매됐다. 적립금에 쿠폰까지 사용하며 예약 구매를 걸어둔 그것이 지난밤 내 품에 안겼다. 산문집과 사진집 그리고 앨범이 더해진 묵직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연인'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대상, 변함없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아티스트'로 한 장 한 장 넘겼다. 그리고 올곧이 감상할 수 있는 바로 지금 조심스레 플레이어에 CD를 올렸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기 바쁜 시절에 놓친 그녀의 1집. 아직 정리되기 전 그래서 마냥 혼돈스러운 그녀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했다. 한창 잡지 하던 시절에 마주한 2집은 '신비'라는 단어가 어떻게 음악적으로 표현되는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봄'이 오면 언제나 2집을 귀에 품었다. 연애하고 결혼하고 자식 만드느라 놓친 그녀의 3집. 쉬어가도 좋겠지. 그리고 그 쉼은 또 다른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일지도 모르지. 가라앉은 배와 그로 인한 고통을 담은 4집. 밤 10시가 지나 자정까지 이어지는 두 시간 남짓 주어진 나만의 시간을 가장 많이 채워준 음악이었다. 


그리고 여기 다섯 번째 앨범이 연주되고 있다.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 그리고 개인 앨범이기에 가능한 편곡과 분위기가 펼쳐진다. 첫 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김윤아의 목소리만 담겨도 좋을 터. 아쉽게도 백현진 이승열 김필 이하이 등의 목소리도 들린다. 


오래 숙성되어야 더 맛이 좋은 것들이 있다. 김치나 치즈, 그리고 와인과 위스키, 무엇보다 내게 음악이 그렇다. 맨 처음 들었을 때 정말 좋은 앨범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두 번 듣고 세 번 보고 열 번 듣고 백번 보는지도 모른다. 들으면 들을수록 깊게 베어든 높은 밀도의 감정이 공기를 타고 흘러 내 귓속으로 박히는 시점이 있다. 좁은 방에서 들을 때, 두통이 심한 어느 날 거리를 걷다가, 부모님 심부름 차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길목 등 그것은 정해진 시점이 아닌 불현듯 나를 찾는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일까. 약간 백화점 느낌의 다양한 장르가 넘실거리는 것이 언제쯤 되어야 진정될까. 누나의 목소리만 있어도 좋을 텐데 저 형들의 목소리는 또 언제쯤 사그라들까. 다른 거 다 차치하더라도 표지 사진 하나는 정말 제대로 뽑아냈다. 이건 정말 '딱! 내 스타일'이다. 


여전히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앨범을 발매해 주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이들이 있다. 은퇴는 변기 속에 처넣고, 아주 가끔도 좋으니 그래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만끽하며 즐기는 내가 할 몫이 있다. 한 번도 만나지 않아도 친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이번 주말 내내 김윤아 5집을 스피커에 걸어둘 것이다. 

몇 번을 반복해 듣냐고 아내가 핀잔을 줄지언정 묵묵히 내 갈 길을 걸어 나갈 것이다. 

그렇게 음악을 숙성시켜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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